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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민주당을 견인하고 있는 두 분(김동연·김경수)과 함께 경쟁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후보들과 '선의의 경쟁'을 말하며 당을 위한 '필요한 경쟁'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민주당 대선 주자는 말 그대로 결과가 정해진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이다.
아직 산적해 있는 사법리스크와 조기대선 탓에 이 전 대표로서도 시간이 충분치 않다. 다행인 것은 당내 '이재명 대세론'을 빠르게 정착시켰다는 것. 이 전 대표는 최근 충청권 경선에서 88.15% 득표율을 기록한데 이어 영남권 경선에서도 90.81%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얻어냈다.
이 전 대표의 행보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른 조기 대선 때와 확연히 다른 모양새다. 당시 이 전 대표 경쟁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을 향한 날 선 발언들로 이목을 끌기도 했다. 현재의 이 전 대표의 차분함은 이미 독주 체제를 굳힌 경선 구도가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간판 대선주자로선 문제가 없을지라도 이후 민주당을 이끌기 위해 비명계도 끌어안는 통합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으로서도 지난 대선 호남권에서 겪은 '이낙연 포비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비명계를 포용하지 못한다면 '일극 체제' 비판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진보진영 잠룡들이 거론될 때부터 결정적인 비명계 포용적 태도를 취하지 않아 비판이 잇따랐다. 이재명 '매불쇼 발언'이 대표적이다.
이 전 대표는 대선국면에서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2023년 9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된 것과 관련해 "당 내부와 (검찰이)다 짜고 한 짓"이라며 "증거는 없고 추측이긴 하지만 대충 (시기가)맞더라"라며 일부 비명계와 검찰의 유착관계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비명계 인사들은 분열을 조장한다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이 전 대표는 침묵을 택했다. 또 그간 이 전 대표가 보여 왔던 '우클릭 행보'를 증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급기야 민주당은 '보수부터 진보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정당'이라며 당 정체성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도 서슴지 않는 중이다.
결정적으로 민주당이 비명계 주자들과 평의없이 국민참여경선 방식으로 확정한 '경선룰' 변경이 당내 큰 파열음을 냈다. 역선택을 우려한다는 것이 명분인데, 1등 주자인 이 전 대표의 안정적 대권 행보를 위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전 대표가 비명계를 '반'만 끌어안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대선마다 이 같은 잡음을 방지하기 위해 경선룰을 고정하거나 변경이 필요할 경우 1년 정도 전에 변경하는 시스템 정착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또 경선룰을 특별당규로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당규에 넣어 유지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문제에 칼을 대지 않는 공당은 특정 후보를 위한 룰변경이라는 '사당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