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글로벌, 경기 평택 지주택 사업 포기
삼성E&A, 멕시코 탈황설비 조성 공사 계약 해지
고물가·고금리 등에 사업 진척 안 보인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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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난 4일 전북 전주에서 추진 중이던 연료전지 발전소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주바이오그린에너지가 시행하고 전주시와 한국수력원자력이 협력해 추진하는 민관 합작 사업이었다. 태영건설은 이와 관련해 전주시 및 한수원과의 바이오가스 공급 단가 협상이 난항을 겪은 데 따라 계약이 해지됐다고 설명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을 진행 중인 만큼, 당초 계약에 따라 조달해야 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금융 약정 체결이 무산됐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달 경기 평택에서 추진 중이던 '더파크파이브' 지역주택조합 주상복합 신축공사 시공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코오롱글로벌은 애초 2021년 조합 측과의 시공 계약을 맺고 지하 4층~지상 46층, 공동주택 996가구, 오피스텔 65실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토지 확보·조합원 추가 분담금 납부 등을 골자로 한 주민 동의율이 95% 이상에 도달하지 못하자 사업을 포기했다. 이 비율이 코오롱글로벌에게 있어 사업 안정성을 판단하는 내부 기준이었던 셈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사업의 경우 분양성이나 조합원 확보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데, 지금 같은 불황기에는 그 리스크가 더욱 확대된다"며 "오히려 적절한 시점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기업 전체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 현장 역시 예외 없다. 삼성E&A는 멕시코 국영 석유회사 페멕스(PEMEX)와 체결했던 수첨 탈황설비(HDS) 건설 프로젝트 계약을 최근 해지했다. 이 사업은 멕시코 정부가 추진하는 정유시설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6년 당시 삼성E&A가 수주한 사업이다.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주 살라망카 지역에 디젤유의 황 성분을 제거하는 HDS 설비를 짓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2016년 10월 발주처로부터 국가 정유 프로젝트 예산 감축으로 인해 공사의 일시 중단을 요청받았고 이후 8년 동안 총 25회나 공사가 중단되면서 계약 해지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 같은 사례들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건설산업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가뜩이나 선별 수주 기조가 강화된 상황인 데다, 기존에 수주한 사업 역시 이 같은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불확실성이 클 경우 '계약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며 "수주 실적보다도 프로젝트 하나하나의 리스크 관리 능력이 더 강조되는 분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