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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관광객 방문 제한 정책에…북촌 상인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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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은 기자

승인 : 2025. 03. 25. 19:41

종로구, 지난 1일 북촌 일대 '방문시간 제한 정책' 본격 시행
오후 5시 이후 '레드존' 자리 이동…상인들 매출 감소 토로
오는 7월 시범운영 예정 ‘전세버스 통행 제한’ 정책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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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레드존'의 모습. 방문 제한 시간인 오후 5시가 되자 관광객들이 북촌 보안관의 안내에 따라 북촌로 골목을 떠나고 있다./손영은 기자
아시아투데이 손영은 기자·박혜림 인턴기자 = 지난 2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끝났습니다" "TIME OVER" 골목마다 서있던 북촌 보안관(과태료 단속 전담 공무원)들이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 한옥 앞에서 삼각대를 세워 사진을 찍거나 태극기 등 기념품을 구매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유도 모르고 밀려나고 있었다. 인파로 북적이던 북촌한옥마을은 삽시간에 한산해졌다.

관광객들이 몰려들던 북촌한옥마을이 종로구의 '북촌 방문시간 제한 정책'으로 조용해졌다. 종로구는 주거용 한옥이 많고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북촌로11길 일대를 '레드존'이라 정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외엔 관광객의 방문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 시간 외에 마을에서 사진이나 영상을 찍고 관광을 하는 사람은 과태료 10만원이 부과된다.

하지만 이 정책 때문에 북촌 인근에서 만난 상인들은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해당 정책을 시범 운영한 지난해 11월부터 매출이 60~70% 가량 줄었다는 점포도 있다. 지역 상인들은 매출감소 보다도 관광객에게 점차 외면당하는 지역이 될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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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관리 보안관(오른쪽)이 24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방문 시간 종료'를 알리고 있다. 종로구는 이달 1일부터 북촌 방문시간 제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박혜림 인턴기자
종로구는 이번 정책이 '오버 투어리즘'으로 고통받는 한옥마을 주민들의 정주권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촌 관리 보안관 허남식씨(61)는 "해 뜨자마자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모여 있으면 어느 주민이든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정책의 취지는 주민의 정주 환경이다. 오버 투어리즘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촌을 찾은 관광객들도 정책에 대해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20대 남성 관광객 A씨는 "실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하니까 주민 보호를 위해선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실제 이곳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은 이 정책을 반기지 않았다. 음식점을 운영 중인 상인 B씨는 "이건 문 닫으라는 것이냐"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B씨는 최근 직원 4명을 해고했다. 하지만 조만간 2명을 추가로 내보낼 계획이다. 관광객 감소와 매출 하락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B씨는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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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5시께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한옥마을 '레드존' 내 위치한 상점의 모습. 방문 제한 시간인 오후 5시가 넘어가자 관광객들이 빠져나가고 한산한 모습이다. /손영은 기자
북촌에서 10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상인 이모씨(60)도 정책을 시범 운영한 지난해 11월부터 매출이 60~70%가량 줄었다고 했다. 이씨는 매출감소보다 관광객에게 점차 외면당하는 지역이 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이씨는 "관광객을 내쫓는 것은 쉽지만,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관광객들을 향해 조용히 할 것을 지시하고, 쫓아내는 것 같은 모양새가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상인들은 오는 7월부터 12월까지 종로구가 추진할 '전세버스 통행 제한구역'에도 우려를 표했다. 관광버스 통행이 불가능해지면 단체 관광객 수요가 많은 음식점 등은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북촌 레드존 내에서 상점을 운영 중인 김충식씨(64)는 "상인들이 의견을 피력했으니 4월 초까지는 (정책 조정 또는 대안을) 기다려볼 방침"이라면서도 "그때까지도 얘기가 없으면 조례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든 행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상인 의견 조사, 구청장과 상인 면담 등을 통해 상인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충분히 들은 상태며, 이를 반영할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라며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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