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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처럼 나르고 조립… 현대차, 인간형로봇 연말 현장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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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5. 03. 09. 17:46

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 공개
생산현장 투입 앞두고 AI 학습 강화
올해 싱가포르서 시범적용 제조 혁신
2028년 상용화… 여러분야 활용 기대
영상 속 '올 뉴 아틀라스'의 관절이 유기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기계 팔은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앞에 놓인 부품을 조심스럽게 집어들었다. 마치 손끝의 감각을 이용해 물건을 다루듯, 아틀라스는 손으로 집은 부품을 이동식 보관함으로 옮겼다. 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숙련된 작업자의 손길을 연상케 했다.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이야기다.

올 연말이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현대차 공장에서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SF영화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아직은 인턴십처럼 AI 학습을 위한 단계이지만 학습 완료 시 제조 현장에 혁신을 가져올 거란 관측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아틀라스, 어디까지 왔나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올 뉴 아틀라스'의 AI 학습 과정 영상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지난해 4월 기술적으로 한층 더 향상된 아틀라스의 2세대 모델을 처음 선보였다.

이후 지난해 11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엔진커버 부품을 이동식 보관함에 옮기는 작업 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번 영상에선 연구진들이 어떻게 아틀라스를 학습시키고 AI 기술을 활용했는지 그 과정이 그려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연구진은 아틀라스가 선보이는 부품 이동 작업은 '일련의 작업 순서 배치'를 의미하는 시퀀싱 기술이 핵심인 만큼 입력받은 부품의 모양과 위치 데이터에 기반해 스스로 작업할 수 있게 학습시키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단순 반복적인 기계 동작이 아니라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최적의 작업 방식 도출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다.

아틀라스는 또 어두운 제조 현장에서 비정형화된 부품을 인식하고 운반하며, 문제 발생 시 이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학습 중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가 이러한 반복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작업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 현장 투입, 제조 혁신 첫발… 286억 달러 시장도 정조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족 보행' 아틀라스의 시범 적용을 올 연말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혁신센터(HMGICS)에서부터 시작한다. 상용화 시점은 오는 2028년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올해 38억4억000만 달러(5조5600억원) 규모인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32년까지 286억6000만 달러(41조5500억원)로 8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가 본격화될 경우, 제조업에서의 활용뿐만 아니라 물류, 서비스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로봇의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자체 로봇 공장 적용을 통해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물론, 기업 가치 증대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로봇 개발을 총괄하는 재커리 잭코우스키 보스턴 다이내믹스 수석엔지니어는 "제조 분야 세계적 리더인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게 돼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뛰어난 하드웨어 역량과 현대차그룹의 제조기술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혁신적인 로보틱스 기술이 연구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개발 결실 맺는다"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10여 년간 로봇 개발에 집중해 온 노력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고 평가한다. 2019년 로보틱스 랩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로봇 기술 개발에 착수한 현대차그룹은 2021년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당시 정의선 회장은 사재 2400억원을 출연하며 로봇 산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19년 새해 메시지에서 '게임체인저로의 전환'을 선언한 정 회장은 같은 해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 미래 사업의 50%는 자동차, 30%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20%는 로보틱스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가 취임 이후 단행한 첫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보스턴 다이내믹스였던 점도 이러한 전략과 맞물려 있다. 당시 그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로봇 시장을 꼭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로봇 개발은 두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부서인 로보틱스 랩은 웨어러블 로봇 등 상용화 기술에 집중한다면 , 계열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를 비롯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첫 협력 프로젝트로 탄생한 '공장 안전 서비스 로봇'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과 로보틱스 랩의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두 조직이 각자의 강점을 결합하며 시너지도 극대화하고 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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