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반등 노려 사업 재편 시동
퇴직연금 키워 머니무브 흐름도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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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 부문 인력 충원을 통해 자산관리(WM) 사업 수익 강화에 나선다. 기존에 회사가 진행해 왔던 채용 외 별도로 공채를 실시한 건데, 작년 프라이빗뱅커(PB)에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퇴직연금까지 모집 범위를 확대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WM 부문에서만 역성장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조치는 올해 전 사업에서 호실적을 달성하겠다는 김성환 대표의 의지가 상당 부분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WM 부문에서 영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순이익 1위' 명성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얘기다.
특히 회사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퇴직연금본부도 신설한 만큼, 인력을 확대해 퇴직연금 사업 외연을 넓힘으로써 WM·위탁매매 등 리테일 영향력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증권으로 머니무브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적립액 규모를 키워 수익성 강화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 7일까지 상반기 리테일 영업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있다. 채용하는 모집분야는 PB와 퇴직연금 사업 부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번 채용 공고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진 이유는 기존 공채와는 별개로 실시되는 전형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과거부터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만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해 왔는데, 작년 김 대표 취임 이후부터 상반기마다 별도 PB 공채 전형을 진행하고 있다. 작년 상반기 땐 PB만을 채용했고, 올해는 퇴직연금 부문까지 넓혔다.
증권사가 PB 직군을 중심으로 인력을 늘려나가고 있다는 건 결국 리테일 수익에 힘을 싣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PB 출신 증권사 한 관계자는 "PB들이 브로커리지로 영업을 하긴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영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요즘은 이들이 채권, 펀드, 금융상품 판매까지 멀티플레이어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리테일 전반의 수익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퇴직연금 사업까지 채용 범위를 늘렸다는 사실은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이다. 퇴직연금 사업 역시 연금 계좌에 편입된 자산 매매 수수료와 WM 수익 모두 거둘 수 있다는 측면에서 리테일 강화 사업으론 적격이기 때문이다. 앞서 회사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개인고객그룹 내 퇴직연금2본부와 퇴직연금운영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이번 채용 또한 올해 퇴직연금 사업에 무게를 두겠다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
이같이 한국투자증권이 리테일 수익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건, 지난해 증권업계 순이익 1위를 기록했음에도 WM 부문에서 역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작년 WM 수익은 16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다. 즉 작년 김 대표 체제에서 부족했다고 판단되는 사업을 강화함으로써 올해는 전 사업 부문에서 호실적을 달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무엇보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이후, 머니무브 현상(은행→증권)이 가속화되면서 증권사들의 연금 적립액이 크게 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지난해 말 기준 15조8148억원으로 업계 3위다. 2위인 현대차증권(17조5151억원)과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동시에 매분기 격차도 좁아지고 있어 올해 안에 추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증권사에서 실시하는 공채로 입사하면 리서치로 가거나 기업금융(IB)으로 가거나 하는 등 랜덤으로 부서를 배치를 받게 된다"며 "이번에 한국투자증권처럼 특정 직군만을 채용하는 경우에는 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모집되기 때문에 회사가 전문성을 갖춘 인력들을 영입해 해당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번 채용으로 고도화되는 자산관리 니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PB 인력을 선발하고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