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감내 여력 비율도 크게 떨어져
"충당금 적립 늘릴땐 주주환원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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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토대도 4대 금융그룹은 강력한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았다. 연간 수조원씩 벌어들이는 높은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됐기 때문에 밸류업을 추진해 온 것이다.
하지만 4대금융의 호실적엔 불안한 이면도 있다. 부실채권이 4대 금융에서만 11조원에 육박하는 등 크게 늘어난 데다, 연체율 등 다른 건전성 지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그룹의 부실 대응력은 오히려 크게 떨어졌다. 부실채권을 나타내는 고정이하여신을 견뎌내기 위해 쌓아둔 충당금 적립액 비중이 적게는 20%포인트에서 많게는 60%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올해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진 데다 경기부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4대 금융그룹의 부실 대응력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은 오히려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민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그룹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기준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금액은 총 10조8701억원으로 1년 전(8조318억원)보다 35.3%나 급증했다. 그룹별로 보면 우리금융이 지난해 1년 동안 고정이하여신이 63%가량 급증해 부실채권 증가폭이 가장 컸고, 이어 신한금융(39.4%)과 하나금융(29.8%), KB금융(21.2%) 순이었다.
연체율 등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대출 부실화가 심화되자 부실채권도 큰 폭으로 증가한 셈이다.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 비중을 보여주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2023년 0.37%에서 0.57% 수준이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0.57%에서 0.71%로 상승했다.
반면 부실 감내 여력을 보여주는 NPL커버리지비율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3년 말에는 174%에서 220%대를 나타냈는데, 작년엔 129%에서 153%까지 떨어진 것이다. NPL커버리지비율은 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적립 비중이다. 이 비율이 높을수록 부실채권에 대한 대응력이 좋다는 의미다.
지난해 4대 금융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동안 건정성은 크게 악화됐다는 얘기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코로나 펜데믹 시기 경기침체에 대비해 금융당국이 정책적으로 충당금을 충분히 쌓을 것을 요구하면서 NPL커버리지비율이 상당히 높았는데, 지난해부터는 회계기준에 따라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예년보다 떨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다. 트럼프 2.0시대에 들어서면서 관세전쟁이 시작된 데다, 부동산PF 부실 여진이 계속되는 등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내수침체가 심화되면서 국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리스크도 한층 커졌다. 올해 대출 부실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4대 금융이 더욱 보수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대응력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금융은 최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경제전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충당금 기조를 계속 유지할 갈 것"이라면서 "부동산PF와 해외 부동산 관련해서 악재가 남아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더 적립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부실대출이 걸러낼 수 있도록 우량차주 중심의 여신전략과 함께 부실 대응력을 높일 수 있도록 충당금도 이전보다는 많이 쌓아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은 밸류업에는 부담이 된다. 충당금을 많이 쌓게 되면 그 만큼 순익이 줄고, 결국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제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룹 건전성을 탄탄하게 가져가기 위해 충당금을 예년보다 보수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주주환원과 주가부양 등 밸류업 측면도 균형감 있게 봐야하기 때문에 고민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