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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고래 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자산운용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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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서영 기자

승인 : 2025. 02. 11. 18:30

윤서영
윤서영 금융증권부 기자
최근 국내 주식 시장은 그야말로 ETF(상장지수펀드) 전성시대다. 국내 ETF시장 규모는 올 해 들어 18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1월 ETF 시장 자산이 125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년새 60조원이 급증했다.

ETF시장 부흥에도 자산운용사들이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는 수수료 경쟁 탓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 싸움에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수수료 전쟁에 참여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상황이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이야 ETF수수료 외에도 다른 수익원이 자리하겠지만, 중소형사들 수익 대부분은 ETF 수수료에서 나온다. 특히 금융지주 산하의 자산운용사들은 증권, 보험, 은행 등 형님들(?) 지원에 힘입어 대규모 투자를 받기 수월하지만 식구가 몇 없는 자산운용사들은 위기 타개가 쉽지 않게 됐다.

국내 자산운용업계서 ETF 강자는 삼성자산운용(1위)과 미래에셋자산운용(2위)다. 두 고래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은 수년전부터 계속돼 왔다. 삼성자산운용은 1위를 사수하기 위해, 미래에셋운용은 1위를 뺏기 위해서다. 미래에셋운용은 최근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 상품의 총보수를 기존 연 0.07%에서 연0.0068%로 낮추고 '국내 최저 총보수'라고 알린 배경이다. 하지만, 다음날 삼성자산운용도 KODEX 미국 S&P500 등 ETF 상품 총보수를 기존 연 0.0099%에서 연 0.0062%로 미래에셋운용보다 더 내렸다. 하지만 정작 '진짜 업계 최저 수준'타이틀은 KB자산운용이 거머줬다. 11일 이날,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 3종 보수를 기존 연 0.01%에서 0.0046%로 인하하면서다.

재미있는 부분은 과거에도 ETF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것은 '총보수 인하'라는 점이다. 2022년만해도 국내 ETF시장의 자산총액은 78조 5000억원 수준이었다. 3년 후인 현재, 시장 규모는 100조원이 넘게 늘었는데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력은 여전히 '총보수 인하'에서 나온다. 더 의문스러운 부분은 그때나 지금이나 자산운용사들의 ETF 시장 순위도 그대로라는 점이다. 업계서 수수료 경쟁이 아닌 상품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등터지는 새우가 중소형 자산운용사 뿐만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업계선 자산운용사들의 수수료 경쟁으로 소비자들 비용 부담이 줄었다고 하지만, 사실 ETF과대 광고와 투자자 손실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불완전판매 우려가 커졌다. 금융당국도 최근 ETF 과대 광고에 대해 시정조치를 명령했는데,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실제 수익률이 아닌 미래 수익률을 마치 정해진 것처럼 내세우거나 분배금에 따른 손실 등에 대해 안내하지 않았다.

총보수는 ETF수수료 전체가 아니다. 총보수비용(TER)은 총보수에 기타비용과 매매 및 중개 수수료까지 더한 비용인데, 총보수가 낮다고 해서 기타 비용이 높다면 소비자가 내야할 수수료는 더 많아진다. 자산운용사들이 가장 내세우는 '국내 최저 총보수'만 믿고 투자했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업계 최저 총보수'를 앞세워 경쟁에 나선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진 미지수다.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으론 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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