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이렇게 장사 안 되는 건 처음” 한숨
체감경기 5년째 기준선 하회…소비심리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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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강추위가 7일째 이어지고 있다. 10일 아침 최저기온은 -15도~-2도, 낮 최고기온은 0~7도로 예보됐다. 경기 내륙과 강원내륙·산지 등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며 강추위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다.
전국 곳곳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지난 6일 오전 9시께 서울 중구에 위치한 남대문시장 골목은 얼어붙은 날씨만큼이나 한산했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로 북적일 시간이지만, 이날은 소규모 단체 여행객 몇몇만이 눈에 띌 뿐 거리는 텅 빈 모습이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연이은 한파 속에서도 털모자와 목도리, 귀마개로 중무장한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2년째 분식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3·여)는 "보통 아침부터 관광객들로 바글바글해야 하는데 요즘은 완전히 '꽝'이다"며 "경기가 안 좋다 해도, 이렇게까지 안 좋은 건 처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옆 가게의 한 상인도 "한파에 손님들이 확 줄었다"며 "물가도 너무 올라 손님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은 끝없는 한파에 얼어붙은 소비 심리까지 겹치며 추위보다 깊은 불황에 떨고 있다. 한겨울 추위만큼이나 차가운 소비심리에 전통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지, 상인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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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째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65·여)는 "장사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날이 풀리면 상황이 조금 나아질까 싶지만, 크게 기대는 안 한다"고 했다. 40년째 시장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김모 씨(69·여)도 "낮에는 보통 어르신들이 많이 오시는데, 날이 너무 춥고 길이 미끄러워서 요즘은 잘 안 나온다"며 "다가오는 정월대보름도 대목 중 하나인데, 사람이 없으니 걱정이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전통시장 체감경기 지수가 2020년 5월 이후로 56개월 연속 기준치를 밑돌며, 전통시장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 없이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5년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전통시장 체감 경기지수(BSI)는 49.3을 기록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 실적이 좋아졌다는 의미지만, 100을 밑돌면 경기 악화를 뜻한다. 올해 1월은 설 명절 특수가 있었음에도 전월(49.7)보다 0.4p 하락했다.
앞으로의 전망도 어둡다. 2월 전통시장 전망 BSI는 60.7로, 전월 대비 16.2p 하락했다. 전년 동월(73.2) 대비 12.5p 떨어진 수치로, 이달 전통시장 경기가 더욱 얼어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비자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기존에도 고물가와 고금리로 소비를 통제하는 패턴이 가시화된 측면이 있었는데, 국내 정치·경제 불안까지 겹치며 앞으로 소비 심리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지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