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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말과 행동 다른 이재명, 이번에는 진정성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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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5. 02. 05. 00:0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경제·외교 분야에서 급격한 우클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말들이 많다. 여권에서는 조기대선을 겨냥한 중도층 공략을 위해 '위장된 실용주의',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말로는 친(親)기업을 외치면서 민주당이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을 잇달아 추진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대표에게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 이번에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조금이나마 그런 인상을 줄일 수 있다. 당장 2월 임시국회 쟁점으로 등장한 반도체특별법, 첨단에너지 3법 등 민생법안 합의 처리가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 대표의 우클릭 행보는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그는 당론인 '전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추경 편성에 걸림돌이 된다면 철회하겠다고 했다. 지난 3일 반도체특별법 정책토론회를 주재하면서 핵심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과 관련해 크게 달라진 입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총노동시간을 늘리는 게 아니라 특정시기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데 공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노동계가 "반도체 업종에 예외를 두면 주 52시간제 근간이 흔들린다"고 극렬 반대하는 것과는 결이 다른 발언이다.

이런 발언을 액면 그대로 신뢰하기는 어렵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불과 2주 전 민주당이 올해 당론으로 추진할 10대 입법과제를 발표했다"며 "여기에는 이 대표의 '지역화폐 살포법'이 포함돼 있었고, 반(反)기업·반(反)시장 법안들이 즐비했다"고 비판했다. 기업의 합병과 분할 등의 과정을 노조에 먼저 통보하게 하는 법안, 국회가 기업의 영업 비밀을 무차별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하는 법안 등을 그런 사례로 들었다.

외교 분야에서 이 대표의 표면적 변신은 그야말로 파격이다. 그는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국방력 강화에 대해 "한일 관계가 적대적이지 않으므로 한국에 위협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일부 우파 인사조차 경계하는데 반일을 외치던 그가 입장을 180도 바꿨다. 또 민주당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노력해 달라는 뜻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추천했다는 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당 대표가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재판받고 있는데 '제2의 햇볕정책'으로 가리겠다는 말인가. 이런 식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도 노벨상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여당의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정부와 여야가 다음 주 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부터 이 대표가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줄지 국민들이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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