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2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송철호 전 울산시장(왼쪽)과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가 보도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 |
재판부는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에 "공소사실이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는 사실오인 및 법리 오해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복잡하게 설명했다. 재판부가 "공소사실이 유죄라는 의심이 든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유죄가 아닌가. 또 "합리적 의심"이라고 했는데 유죄가 의심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2심 재판부가 형량 조정이 아닌 무죄로 번복해서 1심 재판부를 때렸다. 납득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 전 청와대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친구로 알려진 송 전 시장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송 전 시장은 2017년 9월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 관련 수사를 청탁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2020년 1월 이들을 기소했고, 법원은 2023년 11월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무죄 판결 후 이들은 이번 사건은 정치적 조작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법원이 재판을 얼마나 질질 끌고, 판결이 왔다 갔다 하는지 잘 보여주는 최악의 사례다. 검찰 기소 후 1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10개월, 2심 판결은 5년이나 걸렸다.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기는 했지만 황 의원은 2020년 지역구에서 선출돼 기소된 상태로 의원 임기를 마쳤고, 2024년엔 비례대표로 다시 선출됐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도 지연된다는 비판이 거센데 법원이 사람을 보고 판결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재판 지연과 고무줄 판결은 법원의 고질병이다. 문재인 정부 김명수 대법원장 때 특히 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 법원은 판사를 증원해서라도 재판 지연을 막아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재판을 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 안에 끝내도록 했는데 임기 4년을 채운 후에 판결이 나오는 것은 사법 질서를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판사에 따라 형량 차이뿐만 아니라 유무죄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너무나 큰 문제다. 이런 재판을 누가 신뢰하겠나. 법원은 사법 불신 회복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