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과학적 근거 대신 정치적 흥정”
전문가 “전기본, 산업생태계 관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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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력업계 등에 따르면 제11차 전기본은 국회 보고가 미뤄지며 2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전기본 국회 보고 지연과 관련해서는 신규원전 건설에 대한 부분이 핵심 쟁점인데, 산업부는 신규원전에 대한 야당 반대를 의식해 신규원전 건설 규모를 기존 최대 4기에서 3기로 감축하는 조정안을 국회에 제시한 바 있다.
조정안으로 국회에서는 반발이 잦아들고 정부 노력을 평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으나, 이번에는 업계 및 전문가들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9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은 91명의 전문가가 총 87회의 집중적 회의를 거쳐 확정한 것"이라며 "전기본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됐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정부의 신규 원전 규모 변경은 어떠한 과학적 근거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며 관련 전문가들의 검증 과정 또한 생략됐다"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전기본이라면 앞으로 전문가를 불러 모아 수고시킬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전기본 확정 과정에 있어서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인 입김이 우세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전기본 수립에 있어서는 전력 수요 충당은 물론 전기요금과 한국전력공사 적자 해소, 에너지 산업 생태계 유지 문제 역시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하는데, 정부가 정치권을 의식해 친환경 등에 치중하면서 다른 요인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제11차 전기본에서 산업부는 기후 온난화 대처 문제 하나밖에 보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산업이 어떻게 되는지, 전기요금과 한전 적자 문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정 교수는 "지난 제8·9차 전기본 수립 당시에는 국회 보고와 공청회 개최, 최종 확정을 위한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의결 일정이 연달아 진행되며 공청회 결과를 반영할 틈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산업부가 언제부터 국회 보고를 그리 중시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초안이 아닌 실무안을 내놓았을 때부터 정치권 눈치를 보고 조정할 여지를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