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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北 핵보유국”…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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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5. 01. 21. 17:51

北 핵능력 인정한 '기술적 발언' 해석
韓 패싱 염두… 美와 물밑소통 필요
정부, 한반도 안보 정책 수정 불가피
USA TRUMP INAUGURATION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두 번째)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군인들을 사열하고 있다. /EPA 연합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언급해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정책을 폐기하고 핵군축 협상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북한의 비핵화 정책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지적과 함께 미국이 북한과 단독으로 핵군축 협상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미·북 간 핵군축 협상을 한국의 안보 위협을 줄이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제 김정은은 뉴클리어 파워"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핵 위협을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북한의 핵보유 사실을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불렀다.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한 군사 강국이라는 의미로 쓰였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언급하면서 이 단어의 의미를 '기술적 함의'를 담은 표현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을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핵 보유국인 '정치외교적 함의'를 포함한 발언이 아닌 핵능력 자체를 구비한 '기술적 함의'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뉴클리어 파워" 발언도 미국이 북한의 핵 능력을 단순히 인식한 것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며 핵군축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의 발언은 북한이 핵 능력 자체를 보유했다는 '기술적 문턱'을 넘었다는 의미로 쓴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했다는 '정치적 문턱'을 넘긴 발언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군축 협상을 통해 한국의 안보 위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간다면 이는 긍정적"이라며 "향후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을 핵 고도화 기술을 멈춘다든지, 핵 고체연료 기술 개발 중단 등 특정한 기술을 제한하는 방향이라면 북핵 위협이 줄어드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전 원장은 표면적으로는 미·북 간 직접 협상으로 '한국 패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물밑에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국 정부의 의중을 적극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 능력을 고도화하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분류됐다. 다만 국제사회는 북한을 공식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정치외교적으로 '핵 보유국'이 된다는 것은 비확산을 견지한 미국의 핵 정책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으로 동북아시아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깔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내 '독자핵무장론'에 대한 여론을 자극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과거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국의 핵무장론에 긍정적인 입장을 가졌던 외교안보 인사들이 2기 행정부에서도 재등용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이런 가능성에 불을 지피고 있다.

미·북 간 협상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한 '빅딜'이 아닌 핵군축 협상, 이른바 '스몰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국 정부가 이에 대비한 안보 정책을 새로 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온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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