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등 추가 대책도 검토
5년째 자본 잠식… 부채 증가 우려
국회에서 정부가 요청한 대왕고래 예산을 사실상 전액 감액하면서 사업 진행에 대한 우려가 커져왔다. 이에 석유공사는 당장 오는 20일 첫 시추를 시작하는 만큼 다른 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다.
앞서 정부는 사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시추를 계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5년째 자본잠식 상태인 재무 상황을 고려하면 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확보도 쉽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내년도 공사 전체 예산인 5조원 안에서 대왕고래 첫 시추 비용을 우선 조달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어떠한 사업의 예산을 삭감해 대왕고래 시추 비용을 조달할지 결정되진 않았지만, 가능한 많은 비용을 끌어와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직은 사채 발행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내년 공사 전체 예산 5조원 가운데, 기존 사업들의 비용을 절감해 충당하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산을 끌어와 시추 비용 100%를 충당할 경우 기존 사업의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석유공사는 다른 사업 예산을 활용해 시추 비용을100% 충당하지 못할 경우 추가 재원 조달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야당의 예산 삭감에 대한 공식 입장으로 석유공사가 사채를 발행해서라도 반드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석유공사가 사채 발행 카드를 일단 보류하고 있는 것은 2020년부터 5년째 자본잠식 상태인 재무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석유공사 총자산 18조2000억원 가운데, 부채는 19조6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상반기에도 21조원 가량의 부채가 쌓여있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만 5000억원 수준이다. 만약 석유공사가 사채 발행을 통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이자비용·부채 증가로 인한 향후 재무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또 현재 국내 정세에서 채권 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13일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는 3.20%로 지난해 말 4.5%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1%포인트(p) 이상 높다. 최근 10년간 금리 상승기를 제외한 회사채 금리 평균은 2.3%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는 추경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 추경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예산을 끌어와도 다른 사업의 동력이 약해져 사실상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이행하려면 사채 발행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