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미군·카투사 전사자 이름 새긴 ‘추모의벽’, 유족들 위로

한국전 미군·카투사 전사자 4만3808명 이름 새긴 추모의 벽 완공
미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공원 내 건립
아버지·형제·삼촌 잃은 유가족 1000여명 헌화식 참석
흑인·히스패닉·원주민 유족도 눈에 띄어

한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 앞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미군 및 카투사 전사자 4만3808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의 벽'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공개됐다.

27일 공식 준공식에 앞서 유가족들에게 공개돼 헌화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이날 헌화식에는 유가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에서 아버지·삼촌·조카 등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슬픔과 함께 자긍심을 표현했고, 추모의 벽을 건립하면서 전사자 및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은 한국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했다.

한 70대 백인 여성은 "아버지는 압록강 전쟁 수용소에서 돌아가셨고, 1990년대에 보내신 유골 상자에서 나와 유전자가 일치하는 3개의 빼가 나왔고, 5년 전 8월에 안장됐다"며 "아버지 없는 삶은 어려웠고, 힘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고 있는데 이렇게 추모의 벽을 건립한 것은 매우 의미있다"며 "한국전쟁 50주년 기념일이라고 기억하는데 한국 정부가 메달을 보내줬는데 사랑스럽고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70대인 여동생과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 참석해 기도를 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 흑인 여성은 7살 때 부친이 수원 감옥에서 37세의 나이에 돌아가셨다며 "아버지 없는 삶은 끔찍했고, 이 때문에 아버지와 한국인에 대해 매우 화가 났었는데 2015년 한국 정부의 초청으로 10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국인들이 보여준 감사를 경험한 후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헌화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백인이 많았지만 흑인·히스패닉, 그리고 북미 원주민들도 눈에 띄었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이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됐음을 보여준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과 카투사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 헌화한 장미 꽃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한국전쟁 참전 미군 전사자 유가족들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카투사 전사자의 유족으로는 한신희(72)씨가 참석했다. 한씨는 추모의 벽 건립에 대해 "너무나 감개무량하다"며 "너무나 감격해서 눈물이 나왔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전사하신 분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 계시지만 아버지가 너무 기뻐하실 것"이라며 "세계의 중심지인 여기에 그래도 이름이 각인됐다는 것은 아버지한테도 혼을 풀어드리는 그런 기회인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박민식 국가보훈처장과 함께 아버지의 이름을 탁본했다.

카투사 출신 이현승 국방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회의장께서 오셔야 하는데 여러 사정으로 오시지 못하게 돼 '추모의 벽 건립 촉구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입장에서 방미를 추진했는데 며칠 전 지명된 국방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것이 유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 카투사 전사자 아들인 한신희씨가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서 아버지가 휴가를 나와 자신과 찍은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존 틸럴리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몰 내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공원의 추모의 벽에서 진행된 헌화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사진=워싱턴 D.C.=하만주 특파원

주한미군 사령관을 지낸 존 틸럴리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 회장은 기념사에서 "오늘 처음으로 여러분에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공개한다"며 "여러분은 큰 희생을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여러분과 함께 늙어 갈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박민식 보훈처장은 자신이 월남전쟁 전사자의 아들이라고 소개한 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포화 속으로 뛰어든 영웅들의 헌신을 잊지 않고 있다"고 했고,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가족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은 경제와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은 기념식을 마치고, 흰 장미를 전사자들의 이름 위에 헌화하면서 고인의 희생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