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진핑 만났다 ‘한반도 비핵화 조율’

김정은, 25~28일 베이징 전격 방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 첫 정상회담
청와대 "남북·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한반도 정세 긍정 신호"

북한의 최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열차가 27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역을 떠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명보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국가지도자와 3시간가량 회담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일 중국을 전격 방문해 26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먼저 방문해 북중 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북미 현안을 심도 있게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아버지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집권을 시작한 김 위원장이 북한 지역을 벗어난 것도 처음이며, 국가 간 정상회담을 한 것도 처음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동안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중국과 최악의 경색 관계를 지속했던 김 위원장이 직접 중국을 찾음에 따라 사실상 북중 관계 정상 복원은 물론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관해 중국 정부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정부 소식통과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25~28일 3박 4일 간 방중 일정을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시 주석과 첫 북중 정상회담을 하고 북중 관계 개선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27일 “북한의 고위급 사절단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방문 열차가 오후 3시가 넘어 베이징역을 출발했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오후 10시 30분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 성 단둥을 잇는 압록강철교를 넘어 중국에 온 이 열차는 선양을 거쳐 전날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했고 이날은 반대 경로를 거쳐 북한으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26일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3시간 가량 회동하고 만찬 후 댜오위타이에서 숙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관춘 등에서 중국의 경제발전 상황을 경험한 뒤 인민대회당에서 오찬을 하고 나서 베이징역으로 향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김 위원장이 26일 시 주석과 회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7일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간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로 본다”고 평가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의지를 밝히고 북·미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국제사회와 중국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북한은 이번 방문을 통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고 ‘김정은 궁중경제’마저 마비될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만든 중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 실장은 “김 전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5월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며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한이 남북·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북·중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남북·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제기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고 ‘빅 브러더(Big Brother)’로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북·중 관계 복원이 시급하다고 보고 이번 방문을 성사시킨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북한 카드’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