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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언론발표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미FTA가 체결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면서 “그다지 좋은 ‘딜’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인 노동자와 기업들, 특히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과의 거래에서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공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에 고무됐다”며 마치 문 대통령이 FTA 재협상을 수용했다는 인상을 심었다.
하지만 7시간 뒤 공개된 한미공동성명에는 FTA 재협상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내용은 없었다.
공동성명 3항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자유·공정무역 확대’ 부문에서, 한미 양국은 “두 나라간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공약했다. 또 이러한 측면에서 양측은 철강 등 원자재의 전 세계적인 과잉 설비와 무역에 대한 비관세 장벽의 축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등 진정으로 공정하고 공평한 경쟁조건을 증진하기로 공약했다”고만 했다.
이에대해 한미FTA 미국측 수석대표이자 USTR(미국 무역대표부) 부대표를 역임했던 웬디 커틀러(Wendy Cutler)는 한미정상회담 직후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 앞서가는 것 같다”면서 “일방적인 발표인 것 같이 보인다”고 꼬집었다.
MSNBC 방송 프로듀서인 스티브 베넨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협정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다”면서 “한미 FTA는 사실 오바마 대통령의 작품이 아니라 조지 W. 부시가 2007년에 서명한 것으로 대부분의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한미정상회담 직후 내보낸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내 미국 우호국과 적국에 공세적 입장을 취했다”고 평가했다. 혈맹관계인 한국에 대한 우애를 재확인하면서도 통상 압력과 방위비 분담 등에 대한 불만을 노골화했다는 뜻이다.
NYT는 특히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일방적으로 한 데 대해, “중국으로부터 이미 사드 문제로 무역 보복을 당한 한국 정부에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관계를 강경하게 비판할 줄은 전문가들도 예상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반 미데이로스 전 아시아 외교 수석보좌관은 NYT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및 적국과 대화보다는 협박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혹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