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김동연 아주대 총장(60·충북)을 지명했다. 김 내정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정통 관료로,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에서 유년 시절을 보낼 정도로 흙수저 성공신화를 써 내려간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새정부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저성장과 양극화, 민생경제의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며 “빠른 시일 내에 위기를 극복하고,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새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 과제”라고 김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장하성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64·광주)를 삼고초려 끝에 발탁했다. 장 교수는 그간 역대 정권과 정치권의 러브콜에도 정관계에 적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특히 과거 안철수 전 국민의당 후보의 경제멘토 역할을 하는 등 문 대통령과는 거리를 둔 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인선은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과외교사로 한때 불렸던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과 석좌교수(70·전남)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발탁됐다. 장 신임 정책실장과 마찬가지로 다른 진영에서 활동한 인사도 능력에 따라 기용한다는 탕평 인사 원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경제 정책 방향을 ‘진보 일색’으로만 끌고 가지 않고, 개혁 보수진영의 경제 원로에게도 경제 전반의 조언을 경청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균형 인선’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능력 위주의 실용 인선이 이뤄졌다.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장관에는 비(非) 외시출신이자 여성인 강경화 유엔사무총장 정책특보(62·서울)를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강 내정자의 외교 역량을 높이샀다는 인선 배경을 설명하면서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이란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자평, 남녀 동수 내각을 지향하겠다는 국정철학을 또다시 강조했다.
강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70년 외교부 역사상 최초의 여성 장관으로 기록되는 동시에, 피우진 보훈처장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또 하나의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으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고심을 거듭한 국가안보실장에는 정의용(71·서울) 아시아정당 국제회의 공동상임위원장을 임명했다. 정 실장은 대선 당시부터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도왔고, 문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임시조직인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한미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는 등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있다.
이밖에 홍석현 대미특사(68·서울)와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66·제주)는 초대 통일외교안보특보로 임명, 앞으로 문 대통령의 외교 안보 전반에 대한 조언과 보좌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