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방, 외교, 무역 등 6개 분야에 국익 중심의 우선 과제를 선정하고 '미국 우선주의' 시동을 걸었다. 트럼프는 취임 일성으로 세계가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강한 군대와 불법 이민자 추방 등 국경통제도 선언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는 내홍에 빠진 우리에게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게 분명한데 지혜롭게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트럼프 연설 가운데 주목할 것은 "우리의 일자리와 국경, 부와 꿈을 되찾겠다. 나의 두 가지 원칙은 미국산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대목이다. 세계 경제를 미국에 이익이 되도록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취임도 하기 전 GE, 도요타 등 거대 기업을 압박해 미국에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는데 앞으로 트럼프에 굴복한 세계적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 짓기 경쟁에 돌입한다고 봐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 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미군 재건' 정책을 내놨다. 국방예산을 늘리고, 최첨단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트럼프는 또 새로운 동맹을 만들겠다고 했다. 힘에 의한 강한 군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군사력 강화에 동맹국을 활용하겠다는 의도인데 우리에겐 주한 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무용론으로 유럽을 흔들고 있다.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도 펴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이미 깼고, 유엔을 사교클럽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국제질서의 급변을 예고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유럽이 동요하고, 중국이 긴장하고 아베가 굽실대는 것은 미국 우선주의가 그만큼 무섭다는 얘기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미국 우선주의의 심각성을 모른 채 정치권의 시선이 온통 대선에 쏠려있다. 발등의 불인 방위비 분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사드 배치, 북핵 제재 등의 문제들을 방관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만 흐른 다음 새 대통령을 뽑더라도 그가 사전교감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우선주의와 충돌한다면 우리의 앞길은 더 험난해질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라도 일본 등 다른 나라들에 뒤처지지 않게 적극적으로 트럼프와의 외교에 전방위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국가안보와 경제의 흥망을 가를 문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그게 대통령권한대행에게 맡겨진 사명이다. 새로 뽑힌 대통령에게 맡기려 하다가는 이미 너무 늦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