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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6시께 투표소를 찾은 이들은 정당명이 인쇄된 투표용지를 받지 못해 후보자 투표만 한 채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 같은 경우 법적으로는 추가 투표를 할 수 있으나, 정당투표를 하지 않은 본인 여부 확인이 어려워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유권자가 선거 관계자의 실수로 투표권을 박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역대 소송 사례에 따르면 법원은 이 같은 경우 국가가 유권자에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까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서 장모씨(68) 부녀는 “공무원이 수형인 명부를 잘못 작성해 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장씨 부녀는 옛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돼 각각 실형과 집행유예가 확정됐으나, 당시 대전지검 천안지청 직원은 이들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잘못 기록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으면 10년간 피선거권과 선거권을 갖지 못한다.
법원은 공무원의 실수로 장씨 부녀가 ‘선거권이 없는 자’가 된 사실을 인정하고, 국가가 이들에게 각각 20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는 박모씨(51)가 국가의 잘못으로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낸 국가배상 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배상금액 500만원 판결을 받았다.
당시 박씨는 구치소에 수감된 채 형사사건 상고심 재판을 받는 중이었으나, 수형인 명부에는 그가 확정판결을 받은 것처럼 잘못 입력돼 투표권을 박탈당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와중에도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려 했으나 공무원의 과실로 투표하지 못함으로써 입은 정신적 손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이상 국가는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2002년에는 사면·복권된 사실을 국가가 누락해 선거인 명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국민에게 국가가 위자료 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사례도 있었다.
당시 서울지법 민사8단독 장일혁 판사는 “선거권을 재산적 가치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참정권을 행사하려고 한 원고에게는 투표권이 적어도 50만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