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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려면…‘절주’보다는 ‘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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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모 기자

승인 : 2014. 12. 08. 06:00

이태경 서울국립병원 중독정신과장 인터뷰
국립서울병원 이태경 중독정신과장
이태경 국립서울병원 중독정신과장/사진= 국립서울병원 제공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술을 줄이는 ‘절주’가 아니라 아예 술을 끊는 ‘단주’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7만여명의 환자를 돌봤다는 이태경 서울국립병원 중독정신과장은 “‘절주’는 술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기 전 건강한 사람들이 스스로 조절하고 조심하는 단계이지 치료를 받기 시작하면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7일 서울국립병원에서 만난 이 과장은 인터뷰 내내 상대와 시선을 맞추며 조용조용한 말투로 설명을 이어갔지만, 이 부분만큼은 단호했다.

이 과장은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다가 재발하는 요인으로 첫 번째는 스트레스, 두 번째는 술친구나 술 마시는 환경, 그리고 마지막으로 술 그 자체를 꼽았다.
특히 술은 처음 한 두 번은 괜찮아도 나중에 재발하는 강력한 요인이 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과장은 “AA(Alcoholics Anonymous·익명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 모임이 쓴 책에 ‘첫 잔은 내게 너무 무거웠고, 스무 잔은 내게 너무 가벼웠다’라는 명언이 있다”며 “술을 끊는 데 있어 첫 잔을 마시느냐 안 마시느냐가 이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과장은 알코올 중독 환자는 유전적 요인이 크며 술을 굉장히 잘 마시는 사람, 취하지 않는 사람 등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술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스스로 조심하고 술을 안 마시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해당하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하지만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마셔도 취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해 많이 마시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몸속의 알코올 분해가 빠른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하는 몸의 반응에 둔감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체격이 큰 사람이 작은 사람보다 술을 잘 마신다고 알려진 것도 몸에서 흡수하는 면적이 달라서 퍼지는 속도가 달라 천천히 취하는 것 일뿐”이라며 “술에 취하는 것은 근력이나 체격의 문제가 아닌 신경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알코올 중독 치료 전문가인 그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과장은 ‘자기 욕심’을 꼽았다.

그는 “사람이 100이라는 능력을 갖추고 태어났다면 술을 마심으로써 뇌 신경에 영향을 줘 100이라는 수치에서 능력이 서서히 깎이게 된다”며 “사라지는 능력치가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더 이상 손해를 보지 말아야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병에 걸린 사람은 “치료하겠다” “내가 더 이상 손해를 보지 않겠다”라는 마음이 있는데 마취 효과가 있는 (알코올) 중독 증상은 그마저도 잃게 하는 무서운 병이라는 것이다.

이 과장은 끝으로 “자기가 손해 보는 걸 알면서도 손해 봐도 괜찮다? 이상한 마음이다. 얼른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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