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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국산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국내외 혹평이 이어지면서 수입 맥주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고 있는데요.
이런 치열한 맥주시장 경쟁에 최근 국내 주류 업체에서도 새로운 공법을 강조한 맥주를 출시하며 고객들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기자도 새로 나온 맥주를 한 모금 마셔봤으나, 솔직히 앞선 맥주들과의 차이는 그다지 느끼지 못했습니다.
맥주 맛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발효 효모'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맥주는 크게 '에일'과 '라거'로 나뉘는데요.
에일은 위에 떠오르는 효모를 발효해 만든 맥주로, 상면(上面) 발효맥주라고도 불립니다. 15~25도에서 3~7일 정도 1차 발효시킨 후 2주 정도 숙성을 거치는데요. 대표적으로 영국의 존 스미스, 아일랜드의 기네스, 벨기에의 호가든 등이 있습니다. 익히 아시다시피 탄산이 적으며 진한 향과 깊은 맛이 특징입니다.
반면 라거는 밑에 가라앉은 효모를 발효해 만든 맥주로 하면(下面) 발효맥주라 불립니다. 4~10도에서 6~10일 정도 1차 발효시킨 후 1달 이상 숙성을 거칩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맥주 하이트, 카스, 맥스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에일과 달리 탄산이 많으며 부드럽고 청량감이 높은 것이 특징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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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국내 맥주 맛이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못한 이유가 이러한 ‘발효효모’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 비율이 수입 맥주에 한참 못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과거 일본 맥주 업계는 맥아 함량 비율을 달리해 주세에 차등을 뒀습니다. 67.7% 이상이면 ‘맥주’, 50~67.7% 이상이면 ‘제1발포주’, 25~50% 이상이면 ‘제2발포주’, 0~25%이면 ‘제3발포주’라고 표기하기 시작했는데요.
이후 일본에서 주세가 싼 발포주를 대량생산하자 가격 경쟁력을 의식한 한국은 1999년 12월 주세법 개정안을 냅니다. 2000년부터 맥아 함량 비율이 10% 이상이면 '맥주'라 표기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에 국산 맥주가 맥아를 10%만 사용한다는 추측이 무성했지만, 작년부터 공개된 국산 맥주의 맥아 함량 비율을 살펴보면 하이트가 70%, 드라이피니시D와 스타우트가 80%, 맥스와 골든라거가 100%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맥아 함량 비율의 차이만은 아니라는 건데요. 앞서 2010년 9월에 방영된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는 국산 맥주의 비밀에 대해 파헤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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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여러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는 실제 보리물질의 함유량, 기포, 거품 등에서 차이가 나고, 국내에서는 두 업체만이 맥주를 생산하다 보니 맛이 천편일률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맛의 차이는 어떤 맥아를 쓰고 홉, 효모, 물 등을 어떤 비율로 섞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국산 맥주 제조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특히 해당 방송에서 도쿄 시내에 위치한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맥주를 뽑는 경연대회 장면을 공개했는데, 15년째 진행된 이 대회에 참여한 업체는 대부분 60여 개에 달하는 중소업체였습니다.
몇십 곳이나 되는 일본 맥주 업체에 비하면 국내 맥주 산업이 얼마나 협소한지 느끼실 수 있겠죠? 방송에서 한 애주가는 "우리나라엔 딱 두 개 회사 제품밖에 보이지 않아 선택의 폭이 없어서 그 맛이 그 맛인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맥주의 진출 규제 완화로 국내에서 만들어낸 수제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 수제맥주 공장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요. 기자의 친구도 수제맥주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가져온 맥주를 몇 번 먹어보니 진하다 못해 쓰다고 느낄 정도로 향과 맛이 강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획일화된 맥주 맛에 넌더리가 나신다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수제맥주를 맛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