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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후보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가족과 의뢰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너무 버겁다”며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2일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 총리로 안 후보자를 낙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개조 수준의 국정쇄신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안대희 총리 카드’는 큰 기대를 받았다. 특히 불법대선자금 수사 등으로 얻은 ‘국민 검사’ 호칭과 2012년 대선 당시 소신 발언이 회자되면서 ‘할 말은 하는 총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 검증’ 과정에서 안 후보자가 짧은 변호사 근무 기간동안 고액의 수입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됐다.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동안 16억원 이상의 수임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안 후보자가 대법관을 지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전관예우 논란은 안 후보자를 ‘법피아(법조인+마피아)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게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자는 26일 ‘변호사 수입 11억원 사회 환원’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으나 오히려 ‘기부금으로 총리직을 사려한다’는 ‘매관매직’ 비판에 직면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인사청문사전검증팀 연석회의에서 “안 후보자는 이제 기부금 총리가 됐다”며 “기부금을 내고 총리가 되겠다는 사람을 국민이 과연 용납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자가 유니세프를 통해 3억원을 기부하겠다고 결정한 시점이 총리 지명 시점과 맞물린 것도 논란이 됐다. 기부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 후보자의 지명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한국병(病) 중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을 강조한 것과 모순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리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였던 김재윤 의원은 이날 아시아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관피아를 척결하자던 청와대가 관피아보다 더 위에 있는 법피아 후보자를 내세운 것 자체가 애초에 잘못됐다”며 “신임 총리는 개혁의 주체가 돼야하는데 오히려 개혁의 대상이 돼버렸다. 안 후보자의 사퇴는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서영교 의원은 “관피아를 척결해야할 문제로 지목해놓고서 관피아 위에 있는 법피아를 총리에 두려 했다”며 “법피아 총리 인선은 시작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밖에 안 후보자가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장에 위촉되고도 나이스홀딩스의 법인세 취소소송 항소심 변론을 맡은 것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확산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안 후보자는 이날 “지명된 후 전관예우를 비롯한 여러 의혹으로 국민 여러분을 실망시켜 죄송하다”며 “이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려 한다. 제가 국민께 약속한 부분은 성실히 이행 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