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28일 안 후보자가 갑작스레 사퇴를 발표하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 당 지도부에 안 후보자의 결심이 끝까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쇄신 인사’의 상징격으로 안 후보자를 내세웠는데 일주일만에 각종 의혹 제기를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서 내려오는 모양새가 되면서, 청와대도 집권 여당도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공식 발표를 통해 사퇴 사실을 접한 새누리당 인사들은 한결같이 “할 말을 잃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차기총리 인선부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인데 전체적인 쇄신의 큰 그림이 조각을 맞출 수 없을 정도로 어그러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당장 코앞에 닥친 6·4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중진은 “후보 본인이 스스로에 대한 의혹 제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정한 것 같다”며 “대통령의 체면이 만신창이가 됐고, 이런 사람을 총리에 앉혔으니 결과적으로 잘못된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혀를 찼다.
한 당직자는 “당에서는 정말 사퇴 사실을 몰랐다”며 “총리 인선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상황이 되면 현재로서는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시했다.
일부에서는 이미 제기된 의혹만으로도 청문회 통과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자조섞인 반응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 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된 청와대 인사 검증 시스템의 허점이 이번에도 다시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이미 나온 의혹만으로도 청문회를 넘기 어렵다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지 않았느냐”며 “세무조사 감독위 위원장을 하면서 세금 소송을 맡았던 문제는 아무래도 넘기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이번에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며 “그간 누차 지적돼 온 청와대 인사 시스템의 문제가 이 사태를 빚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자의 후임과 관련해선 ‘정치인 총리’ 말고 남은 선택지가 없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황우여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무성·최경환 의원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친박계 의원은 “이런 분위기에서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 후보자는 정치인밖에 없다”며 “정치인 후보가 다시 유력하게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