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모르게 장례업체와 교육청이 계산… 비리 의혹도
이러한 배경에는 희생자 장례를 치를 경우 도와 도교육청이 장례업체와 직접 계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장례비 실비지원 방침 외에 얼마까지 지원가능한지 등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없다는 점 또한 논란을 키우고 있다.
◇ 장례비 가이드라인이 없다.
안전행정부는 지난달 29일 세부지침 마련 전까지 장례비용 등의 경비는 도교육청과 지자체등의 지급보증을 통해 우선 조치하고, 사후에 국비로 정산토록 했다.
장례업체가 희생자의 장례를 치르면 관에서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유족으로선 실비를 2~3배 뻥튀기 하더라도 구체적인 금액을 알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장례업체와 지급보증을 하는 과정에서 유가족의 승인을 받은 근거 서류조차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유가족들은 자신의 장례비용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입을 모았다.
단원고 유가족 A씨는 “아이 장례를 치를 때 도교육청에서 따라다니며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하더라”라며 “당시 경황이 없어서 얼마나 사용했는지 모르며, 금액과 관련해 확인해준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일반인 유가족 B씨도 “우리 친인척 가운데 장례비용이 얼마인지, 도에서 얼마를 지급보증 했는지 등에 대해 확인한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전남 진도군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정부와 자치단체간 협의체에서 자치단체가 장례비 지급한도 등을 담은 가이드라인 제시를 요구했으나 묵살된 점 또한 거품을 키웠다는 주장이다.
협의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20일 안산시와 진도군이 특별재난구역으로 지정된 후 정부에 지속적으로 장례비 가이드라인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2800만 원 장례비가 고가?
안행부는 장례비 지급보증 범위를 “사회적인 통념이 인정하는 ‘실비’를 지급하겠다”면서도 “평균 2800만원을 사용했다”고 말해 이를 인정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췄다.
하지만 2800만원의 장례비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즉답을 회피했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유족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유족 C씨는 “어느 정신 나간 사람이 수 천 만원씩 쓰겠나”라며 “교육청은 나도 모르게 장례비를 결제했는데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 D씨는 “장례비가 얼마인지 아는 곳은 관과 장례업체 뿐”이라며 “수의는 어차피 화장하면 없어진다는 점 등을 볼 때 장례업체가 진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주먹구구식 정책이 장례비 논란의 화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A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족들은 장례비 등이 혈세로 치러진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데 평균 2800만원의 장례비가 쓰였다는 부분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제대로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은 정부가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단체는 정부의 책임감 없는 정책이 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B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번 세월호 침몰을 보면 정부의 잘못을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며 “정부가 빠른 장례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조차 마련하지 않는 등 책임감 없는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