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사업계획승인 규모 완화…층간소음엔 독?

바닥충격음, 실외소음도 등 규제 적은 공동주택 늘어

#. 이 모 씨(30·서울 신림동)는 최근 ‘층간소음 없는 집’을 새로 구하기 위해 퇴근 후 주변 원룸 매물들을 둘러보느라 바쁘다. 옆집과 윗집의 TV 소리, 수돗물 트는 소리, 대화소리 등에 일상적으로 시달렸던 그에게 현재 좋은 집 선택의 기준은 역세권도 주변 편의시설도 아닌 ‘방음’이다. 이씨는 보증금 대출을 추가로 받고, 지하철역에서 조금 멀어진다 해도 방음만큼은 잘 되는 집을 계약할 생각이다.

연립, 빌라, 다세대 등 소규모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택 사업계획승인을 받아야하는 공동주택 세대 규모를 현재 20가구이상에서 30~50가구 이상으로 완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최대 50가구 규모의 소규모 공동주택 단지를 짓는 경우에는 바닥충격음 등 층간소음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되거나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26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고층 상담 건수는 1만5455건으로 지난 2012년 7021건의 2배를 넘어섰다. 올해 1, 2월 상담건수는 441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접수 건수(3027건)보다 50%가까이 늘었다.

국토부의 발표대로 주택법이 개정되면 주택건축업자는 현재보다 10~20가구 더 많은 공동주택을 사업계획승인 절차 없이 건축허가만으로 지을 수 있다.

주택법 적용을 받는 사업계획승인은 바닥충격음, 실외소음도, 조경시설등 따라야 할 기준과 규칙이 많기 때문에 복잡하고 까다롭다. 이에 반해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는 내구성, 피난로 등 구조 안전과 관련된 내용만 충족하면 돼 상대적으로 건축업자의 부담이 덜하다.

이번 규제 완화가 다세대주택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이미 지난 2009년 3월 소규모 가구 주택공급 안정화를 위해 30가구 미만의 도시형생활주택(원룸, 연립주택 등)은 사업계획승인이 필요 없는 건축법의 적용받도록 했다. 이 후 지어진 도시형생활주택 중에는 주택법상 소음규정(외부 65db미만, 내부 45db 이하) 기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택건축업계 관계자는 “30가구 미만은 건축허가가 비교적 쉽기 때문에 업자가 소음 저감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경비 절감을 위해 저품질의 방음재, 흡음재 등을 많이 쓴다”라며 “10가구에 대한 건축 허가를 받고 이를 20가구, 30가구로 짓는 ‘쪼개기’ 수법을 쓸 경우 층간소음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와 환경부는 층간소음이 심각하다는 여론을 반영해 건축법 적용을 받는 소규모 공동주택에도 소음규정을 적용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만들기 위해 현재 협의 중”이라며 “다만 측정방법이나 기준db 등은 주택법보다 완화해 적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