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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표절 기준, 학계와 달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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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기자

승인 : 2014. 02. 06. 07:00

서남수 ‘논문 표절’ 의혹 계기, 공직후보자 논문 표절 검증제도 심층 진단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도서관법에 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 후보자의 논문 표절 여부를 국회 인사청문회 전 국회도서관에서 검증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3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1996년 동국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추가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서 장관은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같은 논문에 대해 ‘자기 논문 표절’ 의혹을 받았다.

이 의원의 개정안이 한발 앞서 법제화됐다면 이미 규명되었을 의혹들이다. 아시아투데이는 5일 서 장관의 표절 파문을 계기로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을 꼼꼼히 살펴봤다. 개정안 마련에 관여한 이 의원실 관계자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논문 표절에 대한 통일된 강제 규정은 없다. 2007년 이후 교육부가 관련 지침을 마련하기는 했지만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는다. 각 대학은 자체 규정에 따라 표절 여부를 판정한다.

국회도서관의 표절 판정은 논문을 통과시킨 대학의 판정 결과와 다를 수 있다. 보다 엄격한 도덕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표절로 판정날 가능성이 대학보다 훨씬 높다. 이 경우 해당 대학의 공신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반발이 예상되는 이유다.

예상되는 쟁점은 3가지다. △검증시효에 대한 문제 △표절의 기준에 따른 판정 결과의 차이 △공직 후보자와 국회의원들 간 형평성 문제 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2월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립을 위한 지침’ 공포 이후에야 논문 표절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마련되기 시작했다.

상당수 대학에서는 이를 이유로 지침 공포 이전의 논문에 대해서는 표절 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연구윤리에 대한 교육이 미비했던 시절이기 때문에 본인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표절 논문이라도 통과 시기에 따라 판정 결과가 달라지게 된다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실제 사례도 있다.

지난해 서강대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의 1999년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서는 검증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주요한 이유로 들어 본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반면 임순혜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의 2007년 석사학위 논문에 대해서는 본조사에 들어갔다.

미디어워치 산하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두 논문의 표절 방식이나 정도가 비슷하다고 했다. 연구진실성검증센터는 두 논문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공직자는 살아온 전 과정을 통해 도덕성을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검증시효는 있을 수 없다”며 “검증시효란 말 자체가 학계의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의 대상이 되는 고위 공직자들의 나이를 감안하면, 2007년 이전 논문이 대부분”이라면 “학계의 논리는 그냥 눈감아 주자는 말과 다름없다”고 했다.

표절의 기준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이냐는 보다 큰 논란거리다. 학계에서는 ‘논문의 핵심내용이 아니면 일부 표절은 문제가 안된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논문에 대한 서울대의 판정, 박 의원에 대한 서강대의 판정에서 확인된 결과다.

이 관계자는 “공직자에 대한 논문 표절 기준은 학계의 기준과 같아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잣대가 공직자 논문 표절의 기준”이라고 했다.

그가 꼽은 국민의 잣대는 청렴성·도덕성·정직성 등이다. 그는 “국민의 잣대에서 표절의 정도냐, 핵심내용에서 표절이 있었느냐는 중요한 게 아니다”며 “조금이라도 표절이면 표절”이라고 했다.

그는 학교에 따라, 학자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자칫하면 학계 내부의 집단적 이기주의에 따라 논쟁만 하다 끝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4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개정안 발의를 위해 공청회를 열었는데 교수들을 비롯한 학계 인사들이 하나같이 ‘국회에서 공직자 논문 표절 검증을 엄격히 실시하면 학문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냉소적 태도로 일관하며 학계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학계가 이익집단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여러모로 공직자에 대해서는 학계와는 다른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공직 후보자에 대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해 적용할 경우 정작 국회의원들은 엄격한 기준에서 자유롭다는 비판이 예상된다.

실제 문대성 무소속 의원은 논문 표절로 국제적인 논란을 불렀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했을 뿐 여전히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박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공직자는 임명직이지만 국회의원은 선출직”이라며 “결국 국민들이 투표로써 의원들의 논문 표절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송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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