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연석회의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25일 1심 재판에서 위증혐의가 인정돼 벌금 500만원형을 선고받은 김진성씨는 이 대표를 위해 위증했다고 줄곧 밝혀왔다. 김씨는 검찰에서 "이 대표가 위증을 요구했고, 안 시켰으면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법정에서도 "유력 정치인인 이 대표가 수차례 전화해 요구한 것에 대한 중압감, 반복적인 압박성 요구로 허위 증언한 게 맞느냐"는 검사 질문에도 "맞는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1심 재판부는 "위증교사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이 대표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위증교사'라는 죄명이 왜 존재하는지 의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을 다툴 때 위증과 위증교사는 권력자와 피권력자의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재판부의 판단은 권력자들이 위증교사로 얼마든지 사법을 농단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나 다름없다. 그야말로 '음주와 운전했지만 음주 운전은 아니다'의 사법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위증교사를 사법방해죄로 보고 엄중히 처벌해 온 판례와도 어긋난다. 조선일보가 법률데이터 기업 '엘박스'를 통해 2022년 이후 위증교사 사건 1심 판결문 65건을 분석한 결과, 위증범이 혐의를 인정하는 데도 교사범이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 위증범과 교사범이 동시에 재판받은 41건 중 90.2%인 37건에서 교사범이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위증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김씨가 진짜 위증할 줄은 몰랐다는 이유로 "고의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상식밖의 판단이다. 이미 대법원이 "교사행위는 반드시 명시적·직접적 방법에 의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고 밝힌 판례까지 있다. "들은 기억이 없다"는 사람에게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요구한 것이 유죄가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게 위증교사란 말인가.
판사출신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26일 "'거짓말은 했는데 (이 대표가 TV토론에서 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는 아니다'라는 해괴망측한 궤변 판결을 연상시킨다"며 "마치 '권순일(전 대법관) 시즌2'를 보는 느낌"이라고 맹비난했다. 위증을 교사한 힘 있는 사람은 무죄, 위증을 자백한 힘없는 사람은 유죄라면, 대한민국에서 앞으로 누가 위증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며 누가 위증을 자백하겠는가. 2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이 물음에 답을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