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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는 지난 30년간 북극 노르딕해의 염분 변화를 추적한 결과, 지구온난화로 늘어난 담수의 유입에서 바다의 순환 속도를 늦추거나 멈출 만큼의 강력한 영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처럼 순환하며 저위도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보낸다.
이 순환의 출발점은 극지의 바다로 차갑게 식어 무거워진 극지 표층의 바닷물이 가라앉으면서 순환을 일으킨다. 수온이 떨어지거나 염분 함량이 많아지면 바닷물의 밀도가 오르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극지바다의 수온을 높이거나 육지 빙하를 녹여 바다로 유입되는 담수의 양을 늘려서 표층의 밀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지 표층의 밀도가 낮아지면 해양 순환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영화 '투모로우'에서 빙하기가 발생한 것도 이 순환이 멈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극지 바다의 시·공간적인 변화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는 현장 접근의 제약 때문에 그동안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박사 연구팀은 인공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해 이 문제의 해법을 찾았다.
연구팀은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인공위성 광역 자료에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지난 1991~2019년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한 한반도 면적 12배 크기 (258만8000 ㎢)의 바다, 노르딕해의 염분 변화를 분석했다.
그린란드와 인접한 해역에서는 계절에 따른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연구팀은 여름철 해빙이 녹아 공급되는 담수와 북극해, 노르웨이해 등 인접한 바다에서 유입되는 서로 다른 염도의 바닷물을 그린란드해 염분 변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해안 주변부에 나타나는 담수가 노르딕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1991~2019년 사이 노르딕해 해역에서 염분량이 최저였던 시기를 확인한 결과, 시간이 지날수록 염도가 감소하는 등의 특정 경향성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육지나 북극에서 노르딕해로 유입된 담수가 해류의 영향으로 다른 바다로 빠져나가면서 노르딕해 전체 염도를 떨어드릴 만큼 강력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했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원격탐사빙권정보센터장은 "이번 연구결과를 근거로 지구온난화가 해양 대순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노르딕해와 인접한 그린란드는 지구에서 가장 많은 양의 얼음이 녹고 있는 지역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 계속됐을 때 이전 관측과 다른 양상이 나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해양 과학'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