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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미분양은 지난 6월 5만8986호에서 9월 5만2878호 줄었다. 대구(8864호)·경북(7507호)·경남(5507호)·부산(4871호)·강원(4557호)·충남(4009호) 등 특정 지역에 쏠려 있다. 특히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022년 12월 7518호를 저점으로 2023년 12월 1만857호로 증가하더니, 올해 9월 들어선 1만7262호로 늘어났다. 이 가운데 지방 준공 후 미분양 비중은 83.2%(1만4375호)로 상당한 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전국 미분양 주택이 16만5599호(2008년 12월)로 치솟았던 과거엔 준공 후 미분양이 4만6476호나 됐으니, 당시와 비교해 시장 충격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입주 후에도 분양받을 사람을 찾지 못해 '불 꺼진 집'으로 방치되고 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지방 위주로 늘고 있는 것은 지방 주택시장 회복에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겠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집중된 지역은 전남(2558호)·경남(1706호)·대구(1669호)·부산(1535호)·제주(1390호)·경북(1284호)·울산(1074호)·충남(1000호) 등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올해 10월 28일 기준)을 살펴보면 전남(-0.76%)·경남(-1.33%)·대구(-4.07%)·부산(-2.36%)·제주(-2.04%)·경북(-0.74%)·울산(-0.28%)·충남(-1.17%) 모두 하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매매가격이 연이어 하락하면서 분양시장에 대한 차익 기대가 낮아지고, 이로 인해 지역 내 청약 선호도 함께 떨어지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31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55 대 1로 고공행진 중이고, 같은 시기 수도권 아파트 1순위 청약 경쟁률도 22.8 대 1을 기록하며 지난해 11.2 대 1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낸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지방은 지난해 9대 1에서 올해 5.8대 1로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낮아졌다. 지난 10월 말 기준 올해 지방에서 분양한 아파트 116개 단지 중 67곳은 1순위에서 청약 미달됐다. 전체 청약지 중 58%는 1순위에서 청약자의 마음을 이끌어 청약통장을 사용하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
건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등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쉽게 낮추지 못하면서 분양 단지 인근 구축 아파트와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 만들어지다 보니 아파트 입주 시점까지도 물량이 잘 안 팔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장 위축 속에서 지방 아파트의 3.3㎡당 분양가는 지난해 1618만 원에서 올해 10월 기준 1851만 원으로 233만 원 상승했다. 부산(지난해 2029만 원→올해 2429만 원)과 대구(1481만 원→2051만 원) 등은 1년 만에 3.3㎡당 각각 400만 원과 570만 원씩 분양가가 올랐다.
올해 지방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886만 원이다. 부산과 대구의 입주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3.3㎡당 매매가격은 각각 1728만 원, 1581만 원이다. 올해 이들 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분양가와 비교하면 5년 내 신축이 각각 3.3㎡당 701만 원, 470만 원 저렴한 셈이다. 지방 인구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부동산 자산 구매 쏠림 현상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적체 해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건설사들도 죽을 맛이다. 시장 상황이 좋을 때는 건설사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통해 사업장을 늘리더라도 분양하는 족족 '완판'(100% 분양 계약)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미분양 리스크가 늘어난 상황에선 PF 부실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특히 지방 미분양 리스크는 건설사의 자금 유동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건설사들의 자발적인 할인 분양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할인 분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건설사들의 입장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업계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건설업 위기는 국민 생활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만큼 시장 침체를 회복시킬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방 미분양 주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