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강남센터·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치매는 경미한 인지기능장애에서 시작하지만 증상이 악화되면 일상생활 수행이 어려워진다. 치매 진단을 위해서는 1시간 가량의 인지기능평가와 MRI·PET 등 뇌영상검사 등이 함께 시행됐다.
하지만 최근 혈액으로 치매를 조기에 진단하는 방법이 기존 검사법과 큰 차이가 없음이 밝혀졌다. 건강검진 때 간편하게 혈액 검사만 추가하면 치매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 서울대병원 강남센터는 지난 3월부터 치매특화예방검사 중 하나로 아밀로이드 베타 혈액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혈액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농도를 측정해 치매를 찾아내는 방법이 개발됐기 때문이다.
박경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신경과 교수와 피플바이오 공동연구팀은 강남센터에서 건강검진 받은 성인 97명(평균 69.4세)을 대상으로 임상치매척도(CDR)·전반적 퇴화 척도(GDS)·신경인지기능검사(CERAD-K)를 시행하고, 혈액에서 아밀로이드 베타 올리고머(OAβ)·ApoE 유전자를 측정한 후 뇌MRI를 촬영했다.
또 신경인지기능검사 결과와 혈액 OAβ 수치를 분석한 결과, 신경인지기능 점수가 높을수록 혈액 수치는 낮았다. 여러 신경인지기능 중 단어 목록 기억, 단어 목록 회상이 관련성이 높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치매 증상 발현 전 단계에서 혈액 검사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아밀로이드 베타 혈액검사가 치매 조기 선별 검사로서 잠재적 가치가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혈액 속 적혈구의 모양과 크기 변화로 노인 우울증 예측이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혈액 속 적혈구는 뇌를 비롯한 다양한 장기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세포로, 적혈구 지표가 증가하면 특유의 모양을 잃고 탄력성도 떨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손상된다. 이런 적혈구의 변화는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을 방해해 결과적으로 뇌 기능 저하, 우울증 발병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기웅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오대종 초고령사회의료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노인 혈액 속 적혈구 변화를 통해 우울증을 예측하기 위해 60세 이상 한국인 4451명을 대상으로 일반혈액검사를 실시, 적혈구 지표를 측정하고 노인 우울증의 발병 위험과 연관성이 있는지 약 4년 동안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 농도가 가장 높은 상위 그룹이 가장 낮은 하위 그룹에 비해 우울증 진단 위험이 1.95배, 여성은 1.5배 높았다. 또 남성은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가장 높은 상위 그룹에서 4년 이내 우울증이 새롭게 발병할 확률이 하위 그룹 대비 1.8배 높았으며, 여성은 2.7배까지 증가했다.
평균 혈구혈색소량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된 경우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2.3배, 여성은 3배까지 높아졌다. 평균 적혈구 용적이 상위 그룹 수준까지 증가하거나 유지됐을 때에는 남성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4.5배, 여성은 무려 6.3배까지 증가했다.
오 교수는 “적혈구처럼 피를 구성하는 세포의 변화가 어떤 기전을 통해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며 “일반혈액검사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우울증 진단 및 예측에 직접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신저자인 김 교수는 “노년기에 겪는 여러 만성 질환이 혈액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데 특히 여성은 이러한 혈액 이상이 수년간 축적되면서 뇌기능 저하로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았다”며 “노인들은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운동 등으로 만성 질환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