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네 콩티 포도밭/제공=와인21닷컴 |
아시아투데이 이길상 기자 = 모든 사람이 와인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말로 좋은 와인을 마시게 되면 누구나 그 맛에 반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최고급 와인의 매력이다.
가격은 부담스럽지만 일생에 한 두번 정도 정말 좋은 와인으로 호사를 누리는 것도 즐거움이 될 수 있다. 우리 삶이라는게 어차피 빈손으로 왔다가, 즐겁게 살고, 다시 빈손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 아닌가.
내 생에 가장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와인, 이른바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와인 5'를 골라봤다.
△ 로마네 콩티(Romanee-Conti)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으로 한 해 6000여병 밖에 생산하지 않는다.
생산자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로 자부심이 대단하다. 홍보와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와인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섰기 때문이다. 와이너리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언론에 나가지 않아도 와인을 파는 데 아무 지장이 없어서다.
한 병만 따로 팔지 않는다. 로마네 콩티를 한 병 사려면 라타쉬, 로마네 생 비방, 리쉬부르, 그랑 에세조, 에세조 등 11병의 다른 와인을 묶어 12병 패키지로 사야 한다.
피노 누아 품종으로 만든다.
재난 영화 '포세이돈'에서 동성 애인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자살을 결심한 노신사(리처드 드레이퍼스)가 비싼 가격(5000달러)으로 일행들이 만류함에도 불구하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주문해 마시는 와인으로 등장한다.
한 병에 수백만원을 호가하며, 2012년 국내 최초로 진행된 와인 경매에서 2007년 빈티지가 1300만원에 낙찰됐다.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
1855년 제정 이후 100년 넘게 바뀌지 않은 프랑스 메독 와인 등급분류를 바꾼 유일한 와인이다. 당시 특2등급을 받았지만 1973년 당시 농림부 장관이었던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의 승인으로 특1등급(그랑크뤼 1등급)이 됐다.
매년 출시할 때마다 유명 화가의 그림을 라벨로 활용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특히 1973년 빈티지는 승격을 기념해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라벨을 붙였다.
특1등급으로 승격하기 전에는 "일등은 될 수 없고, 이등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고, 나는 무통 일 수밖에 없다(First I can not be, second I do not choose to be, Mouton I am)”며 품질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고, 승격 이후 “무통은 일등이다. 이등이었던 건 과거다. 무통은 이제 계속 1등이다(First I am, Second I was, Mouton does not change)”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파워풀한 풍미가 일품이다.
△샤토 페트뤼스(Chateau Petrus)
프랑스 보르도 포므롤 지역의 와인이다. 1947년 샤토 페트뤼스의 오너였던 루바 여사가 엘리자베스 공주의 약혼식 기념으로 페트뤼스를 선물했고, 왕실 메인 와인으로 선정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윈저공를 비롯 선박왕 오나시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등이 즐겨 마셨다.
와인 만화 '신의 물방울'에 나와 국내에서는 더 알려졌고, 영국에서는 금융인들이 법인카드로 페트뤼스 수천만원 어치를 마셨다가 해고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삼성가 사람들이 좋아하는 와인이기도 하다.
△샤토 몬텔레나 샤도네이(Chateau Montelena Chardonnay)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와인으로 1976년 역사적인 '파리의 심판'에서 쟁쟁한 프랑스 와인을 물리치고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됐다.
파리의 심판은 영국 와인 수입업자 스티븐 스푸리어가 프랑스의 고급 와인과 캘리포니아 와인을 비교하기 위해 실시한 블라인드 테이스팅이다. 모든 전문가들이 프랑스 와인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결과는 샤토 몬텔레나 샤르도네 1973년 빈티지의 우승이었다.
나무와 버터향에 입 안에서 바삭거리는 느낌이 매력적이다.
이를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가 '와인 미라클'이다.
△펜폴즈 그랜지(Penfolds Grange)
펜폴즈는 원래 의사인 크리스토퍼 로손 펜폴즈가 병원 근처 포도밭에서 환자 치료용으로 만든 와인이다. 1950년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 양조법을 배운 막스 슈버트가 와인메이커로 합류해 이전 호주 와인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깊은 맛을 내는 '그랜지'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호주 와인 전문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이에 회사는 슈버트에게 그랜지를 만들지 말라고 했지만, 슈버트는 몰래 생산을 계속해 점점 와인의 깊이를 더했다. 결국 1962년 시드니 와인박람회에서 그랜지 1955년 빈티지가 금메달을 획득해 화려하게 시장에 재등장했다.
로버트 파커는 1976년 빈티지에 대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뛰어난 레드 와인'으로 극찬하기도 했다.
시라 품종으로 만들었으며 산딸기향, 벌꿀향에 다크 초콜릿 풍미가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