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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졸업 특수 옛말이죠…” 꽃 판매 저조에 도매상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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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다현 기자

승인 : 2025. 02. 03. 19:05

꽃 도매상 10명 중 9명이 '졸업 특수 없다'
고물가·경기 불황 선택적 소비재 꽃 구매 안해
꽃시장1
3일 오전 9시께 방문한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꽃 도매상가에서 시민들이 꽃을 둘러보고 있다. /강다현 기자
3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3층 꽃 도매상가에는 영하의 바깥 공기와는 다르게 향기로운 봄꽃들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160여 개의 도매상이 모여 있는 이곳은 전국 꽃집 사장들뿐 아니라 시민들도 자유롭게 꽃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다. 이날 새벽 가게마다 들어온 형형색색의 장미와 국화, 카네이션 등 국산·수입산 생화들이 이곳을 오가는 이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하지만 화사한 꽃들과는 다르게 상인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올 1월부터 졸업식 특수로 대목을 맞았을 꽃시장이 예전과 다르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이상 꽃 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씨(60대·여)는 "예전과 딴판이다. 요즘 꽃집 사장들도 장사가 잘 안되는지 조금씩만 구매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강모씨(60대·여)도 "갑자기 판매량이 확 줄었다기보단 해마다 줄고 있어 살기 팍팍하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고속버스터미널 꽃 도매상가에서 만난 도매상인 10명 중 9명은 '졸업 특수는 이제 없다'고 했다.

7년째 꽃집을 운영 중인 이모씨(30대·여)는 경기 침체와 더불어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로 인해 사라진 졸업식 특수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이씨는 "물가가 올라 기본 3만5000원이었던 꽃다발을 지금은 5만원에 받고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 올해 졸업식 예약 주문이 30%는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꽃시장2
3일 오전 9시께 방문한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꽃 도매상가에 형형색색의 생화들이 진열돼 있다. /강다현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2022년부터 해마다 절화 경매량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다. 연도별로 보면 2022년 1867만 단이었던 절화 경매량은 지난해 1721만 단까지 떨어졌다. 경매가격 역시 2022년 10억3377만원에서 지난해 9억8901만원으로 꺾였다.

특히 주로 졸업식 꽃다발에 판매되는 장미와 거베라, 프리지어의 경매 가격은 각각 한 단에 1만6100여원, 1만9000여원, 4700여원으로 전년 대비 장미와 거베라는 10.5% 하락, 프리지아는 1.2% 하락했다.

당분간 화훼류 가격은 하락 안정세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지갑을 닫은 소비자가 선택적 재화인 꽃을 소비하기엔 부담스럽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상에서 꽃을 구매하는 유럽과 달리 우리는 특별한 날에 선물하는 편이지만 경기 침체 지속으로 소비를 줄여가는 상황에서 5만~10만원인 꽃다발 가격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실용적 소비를 중시하는 문화가 정착된 영향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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