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등 우파정부도 경제적 실익 기대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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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종합일간지 라나시온은 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승리로 새로운 이론과 동맹, 지정학적 전략이 고개를 들 것"이라며 중남미에 도전적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N 스페인어판도 이날 복수의 전문가를 인용해 "트럼프의 보호주의와 이민정책 등이 중남미와 갈등을 빚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과 중남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현안은 다양하다. 주요 외신을 종합해 보면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3개국은 다자주의 훼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자간 협의를 외면하고 일방적으로 독주한다면 기후변화 대응 등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 1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선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승리하는 것이 보다 확실한 길"이라며 민주당을 공개 지지한 바 있다. 중남미 언론은 "브라질이 위험한 도박을 감행하듯 민주당을 지지하고 나선 건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 등 3개국은 제제 폭탄을 맞을까 걱정이다.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권위주의 정권이 집권 중인 이들 3개국을 중남미의 3대 '악의 축'으로 보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체제 안정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2019년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축출하려 했던 트럼프가 마두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다시 극단적인 모종의 시도를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중남미 국가 중 미국과의 교류가 가장 활발한 멕시코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중남미 언론은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걱정하지 말라며 트럼프의 미국과도 좋은 관계를 낙관했지만 이민, 마약 등 갈등의 소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국이 이미 멕시코에 진출해 자동차를 조립생산하고 있어 통상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들린다. 일각에선 대선기간 중 여성혐오성 발언을 쏟아낸 트럼프가 멕시코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셰인바움에게 호감을 갖고 있을 리 없어 순탄한 양국관계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중남미에서 트럼프와 비슷한 이념적 색채를 가진 대통령이 집권 중인 국가는 아르헨티나와 엘살바도르뿐이다. 한때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시라(Make American Great Again)"며 "이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아르헨티나가 귀하와 함께할 것이라는 점을 귀하는 이미 알고 계시다"라고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면서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방미 때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취임 후 두 차례 미국을 방문한 밀레이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과 만났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념적 동질성이 곧 실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다수 중남미 외교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어깨를 마주하고 다정하게 사진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제적 지원을 하거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토르쿠아토 디 텔라 대학교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후안 가브리엘 토캇리안은 "중남미에서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트럼프가 중남미에 무관심하진 않겠지만 (트럼프 백악관의 대중남미 외교정책이) 결코 긍정적인 어젠다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