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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의존형 인간에 대한 걱정

[칼럼] AI 의존형 인간에 대한 걱정

기사승인 2024. 10.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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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호 플랜얼라이언스 대표
문경호 대표
최근 오픈AI(인공지능)가 선보인 실시간 대화형 AI의 성능은 놀랍다. 대화 반응속도, 사용자의 감정에 반응하는 대화 방식이 거의 인간에 가깝다. 심지어 호흡까지 섞어서 말한다.

AI가 사람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고급 음성 서비스인 것이다. 오픈 AI의 사업 방향이 우리 일상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사람을 돕는 'AI 에이전트'가 될 것이라는 그들의 주장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필자는 지난 여름휴가 때 태국에서 선크림 알레르기로 고생한 적이 있다. 불어로 표기된 선크림 성분을 이해하지 못해 곤란을 겪었다. 그 때 챗GPT(ChatGPT)는 성분을 해석해 주고 알레르기 원인을 파악해 줬을 뿐만 아니라 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제품까지 추천해 줬다. 태국어로 표기된 선크림 성분을 ChatGPT가 해석하고 성분의 안전성을 확인해 준 것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AI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제 AI는 네이버나 구글 등 전통적인 검색 엔진을 대체하며 새로운 정보 수집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 같다. 사용자들은 점점 더 AI와의 대화를 통해 정보를 얻는 데 익숙해지고 있으며 AI는 더 빠르고 개인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정보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키지만 동시에 우리가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 에이전트'의 성능 향상으로 인해 AI는 인간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것이다. 이는 AI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족보다도 사용자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는 사용자의 건강 상태, 약 복용, 시간, 생일 행사 등을 파악하며 더욱 세심한 비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높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AI 서비스를 포기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AI와의 관계가 더욱 밀접해지면서, 영화 'Her(그녀)'의 한 장면처럼 물리적인 만남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 있다. 메타에서 개발 중인 AR안경이나 VR기술을 통해 자신만의 AI를 만날 수 있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인간의 욕망이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는 사례는 그동안 수 없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발전 방향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AI 에이전트가 우리 일상에 밀착하며 정보 수집과 정서적 교류, 그리고 가상의 체험까지 접근해 온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지게 될까? 우리는 현실보다 더 나를 챙겨주는 AI를 만나게 되고 실제 개인 데이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고급 AI 서비스를 제공 받으려 할 것이다. 지금은 월 20달러의 AI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향후 200달러 또는 500달러로 가격을 높여도 우리는 AI 사용을 중단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방향이 오픈AI 사업의 최종 목표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처음에는 인간이 AI를 소유하고 지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우리는 AI라는 환경에서 살아가는 피지배자로 전락할 수 있다.

AI 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검이다. 우리는 AI가 제공하는 편의성과 효율성을 누리면서도 동시에 인간의 고유한 가치와 자율성을 지켜 나가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오픈AI의 꿈이 단순히 AI 의존형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잠재력을 확장하고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도구로 남아 주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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