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딤돌소득 1~2단계 참여 5100여 가구 조사
오세훈 "불평등 해소에 도움…계층이동성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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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7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 2관에서 개최한 '2024 서울 국제 디딤돌소득 포럼'에서 2년차 서울디딤돌소득 성과를 공개했다.
디딤돌소득은 일정 금액을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달리 기준 중위소득 대비 부족한 가계 소득의 일정 비율을 지원하는 하후상박형 복지제도다. 정해진 소득 기준을 넘어도 자격이 유지되며, 일할수록 가구 소득이 증가하도록 설계돼 근로 의욕을 저하하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날 포럼에는 오 시장을 비롯해 뤼카 샹셀(Lucas Chancel) 세계불평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B. Grusky) 스탠포드대학교 사회학 교수와 디딤돌 소득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이 참석했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빈곤과 소득격차 완화 방안 모색-소득보장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미국,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의 소득격차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장으로 구성됐다.
오 시장은 특별대담에서 "저는 보수당으로 분류되는 정당 소속"이라며 "우리 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현금성 지원을 할 경우에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굉장히 염려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소장과 교수의 생각에 대해 질의했다.
뤼카 샹셀 소장은 "이러한 비판은 오래 전부터 있었던 것이지만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것은 바로 데이터"라며 "불평등 해소 대안으로 서울디딤돌소득을 꼽을 수 있으나 전국적으로 확산했을 때 그 재원마련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에 따르면 디딤돌소득 2차년도 지원자의 탈수급률은 132가구로 8.6%에 달했다. 이는 1차년도 23가구(4.8%)보다 3.8%p 증가한 수치다. 근로소득이 늘어난 가구도 1차년도 21.8%에서 31.1%로 9.3%p 대폭 늘었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근로가구'의 근로유인 효과도 관찰됐다. 일을 하지 않는 가구 중 디딤돌소득을 수령 후 근로를 시작한 비율은 비교가구 대비 3.6%p나 높았다. 또 교육훈련비를 비교가구 대비 72.7% 더 지출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
오 시장은 "계층이동 사다리를 타고 상승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접근을 할 것이냐가 이 제도를 실험하게 된 원인이었다"며 "경제의 선순환에도 도움이 되고 교육투자를 통해 오히려 빈곤의 대물림 내지는 양극화의 대물림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과 같이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도 하나의 상품처럼 시장에서 거래돼 빈곤이 기회의 박탈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금을 지급하는 소득보장제도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세션 1에서는 이정민 서울대 교수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비교해 디딤돌소득 시범사업의 2차년도에 나타난 유의미한 성과를 발표했다.
세션 2에서는 '소득격차 완화를 위한 세계의 소득보장 실험'을 주제로 발표가 열렸다. 데이비드 그러스키 교수가 '소득보장제도와 기존 제도의 통합 운영'과 관련해 특별강연을 진행했으며, 엘리자베스 로즈(Elizabeth Rhodes) 박사의 '샘 올트먼 무조건적 소득 연구 실험'에 대한 발표를 이어갔다.
마지막 세션은 루크 쉐퍼 교수, 로버트 조이스(Robert Joyce) 영국 알마 이코노믹스 부소장, 파시 모이시오 연구교수가 각국의 소득보장제도 현황을 공유했다. 현재 주요 선진국에선 복잡한 사회복지 제도를 간소화하려는 흐름으로 서울디딤돌소득 실험처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시는 이번 포럼 결과를 바탕으로 K-복지 대표모델인 '서울디딤돌 소득'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통해 향후 발전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서울디딤돌소득은 소득 상승과 근로의욕 고취라는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효과가 입증됐다"며 "모든 지구상의 나라들이라면 겪고 있는 양극화와, 어려운 분들을 어떻게 보듬고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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