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넘게 반복되는 웨스팅하우스 소송전
웨스팅하우스 시공 능력無…'몸값 높이기' 의도
팀 코리아 한 목소리 내야 협상력 우위 가능
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가 따낸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7·8호기 사업'의 건설공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신규 2개 호기 건설에는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주기기)이 적용된다. 총 사업 규모는 약 18조원으로,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의 주기기를 설계하고 시공해주는 역할이다. 현대건설은 2022년부터 웨스팅하우스와 협업 관계에 있다. 수출입은행에서도 불가리아 원전 건설에 자금 조달을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인 에네르고아톰과 신규 원전 설계·건설 등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크멜니츠키 원전 5·6호기 신규 원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원전 공기업인 '에네르고아톰'과 협력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웨스팅하우스 AP1000 기술을 활용해 신규 원전을 지을 예정이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원전 수출의 핵심인 한국형 원전에 대해 꾸준히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때부터 지금 체코 원전 수주전까지 '한국이 원천기술을 도용했다'며 지식재산권 소송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는 UAE 원전 수출 때도 웨스팅하우스 '몽니'에 못이겨 원자로 냉각재펌프와 터빈 기자재 등 주요 부품을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구매했다. UAE 수출 규모는 총 186억 달러(약 25조원)로, 이중 웨스팅하우스가 가져간 돈은 20억 달러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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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웨스팅하우스는 최대 주주가 사모펀드가 된 후 영향력 과시를 위해 원천기술에 대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몸값을 높여 되팔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꾸준히 국내 원전을 짓고 있어 시공 능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웨스팅하우스의 반복되는 태클을 막고, 우리나라 수출길을 활짝 열게 하려면 현대건설이 엇박자를 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행보가 사실 당혹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총 22기의 원전을 건설해본 경험이 있는 현대건설이 체코원전 본계약을 앞두고 팀코리아의 발목을 잡으려는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번 체코원전 수주전에서도 웨스팅하우스에 끌려 다니게 되면 향후 원천기술 문제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들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기업의 활동에 제약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우리가(정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나가서 잘 하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달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 방문을 앞둔 가운데 지난 3일 체코 반독점 당국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수주한 체코 원전 사업과 관련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이디에프(EDF)의 이의 신청에 관한 공식 행정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체코 측은 "다만 사안의 복잡성을 고려해 이번 절차가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1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진행 상황에 대한 추가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신규 대형 원전 2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체코는 내년 3월까지 협상을 마무리해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이후 테멜린 지역에 2기를 추가로 건설할지를 5년 이내 결정하도록 돼 있다.
입찰에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이디에프 △한수원 3사가 참여했으나 지난 1월말 웨스팅하우스가 먼저 탈락했고, 이디에프와 한수원의 최종 경쟁을 거쳐 지난 7월17일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