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주 말고기, 해녀가 성게 먹는 맛과 같아…‘최고의 맛’

기사승인 2024. 09. 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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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람들 말고기 먹으러가면 밤새 먹는다는 속설 내려와
조선시대엔 중요 군수물자라 식용금지, 전통 아직까지 유지
미국, 유럽 사람들도 제주 식당서 '식도락' 흔히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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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표선의 30년된 고수목마 식당 제주도 말고기 한상 첫 요리에는 육회와 일명 육사미, 울대, 말간을 담은 한접시 셋트, 제주인들도 말 들어오는 날만 맛을 볼 정도로 귀하다고 한다./부두완 기자
"말괴기론 떼 살아도 쉐궤기론 떼 못산다" 제주어를 번역하면 '말고기로는 끼니를 때워도 소고기로는 끼니를 때우기 어렵다'는 뜻이다. 제주 말고기가 소고기보다 훨씬 맛있고 영양가가 듬뿍하다는 표현이다.

그만큼 말고기에 대한 영양가나 맛이 좋아 한번 먹기 시작하면 밤새 먹는다는 속설이 제주에는 내려온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함흥차사'라는 표현을 '몰 죽은 바띠 간생여(말고기 파티 장소 갔구먼)'라고 표현 한다.

제주 사람들과 달리 육지 출신들은 말고기를 먹으려면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실제로 세무대학 동기 7명이 제주에 내려와서 망설이다가 용기를 낸 끝에 말고기 식당을 찾았다. 제주에서의 모임을 이끈 윤태모 세무사는 체험담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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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조랑말을 사육하는 제주도 축산생명연구원. 제주마 방목지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다./ 부두완 기자
육지 사람들의 말고기에 대한 선입견은 아마도 '마경언해' 한 권의 책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경언해는 조선 인조 때 수의학서로 말의 질병과 그 치료법 따위를 100여 항목으로 나누어 그림을 곁들여 설명했다.

2권 2책의 활자본 책자이다. 당시 말은 군수물자에 속한다. 그리고 말고기를 식용으로 금하는 제도가 있었다.

탐라출신 위인 김만일은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2년 후인 1594년 군마 500필을 헌납하여 임진왜란 극복에 기여했다,

이후 광해군 12년(1620년), 인조 5년(1627년) 때에도 개인 소유의 말 1300여 필을 받쳤다.

그후 김만일의 후손들도 240년간 가업을 이어 말을 육성하여 총 2만 여 필에 이르는 군마를 조선에 헌납했다.

이러한 국가 군수 물자인 말을 일반 가축처럼 식용으로 섭취하기는 매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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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2009년 콜럼비아 대학 도서관에서 찾아낸 마경언해 의궤를 손에들고 있다. 당시 도서관 관계자의 허락을 받아 손에 들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동반한 이상근 현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촬영했다.
그런 반면에 몽골제국 징키스칸은 자생마를 길들여 세계 정복에 나섰고, 말이 폐마가 되면 육포를 만들어 주요 군량으로 식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말고기에대한 선입견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제주도 원주민들은 농사용으로 수명이 다하면 징키스칸처럼 폐마된 말을 도축하여 말고기는 먹는 풍습이 내려오고 있다.

당시 고기는 질기고 요리 방법이 단순 했으나, 현재는 다양한 사육방법으로 맛과 영양가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학계에서 말고기 영양분을 분석한 결과 불포화지방산, 특히 팔미톨레산(palmitoleic acid)이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3~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팔미톨레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고, 강력한 항균작용을 통하여 피부를 보호하고, 건조한 피부와 노화된 피부의 재생촉진효과가 있는 기능성 물질로 각광 받고 있다.

필수 아미노산은 물론 오메가3 성분인 리놀렌산(lenolenic acid) 등이 백색육인 닭고기와 오리고기보다 최대 2.6배 높다고 한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과 제주한라대학교 협조로 고품질 말고기를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제주馬산업(주)가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말의 뼈에는 글리코겐 함유량이 우유의 4배나 되고, 고기 100g당 동물성 철(8.1㎎)과 인(379.8㎎), 칼륨(1352㎎), 망간(57.2㎎)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청은 식용마 관리를 위해 관리사양제도와 등급 관리, 등급제 판정, 말고기 판매 인증제를 실시해 엄중한 관리를 하고 있다.

제주도청 양수진 주무관은 "육용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제주에서 또 다른 맛거리로 선입견 없이 많은 관광객이 안심하고 말고기를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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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목마 가든에서 구어낸 말고기 갈비와 말 삼겹살이라고 불리는 부위, 말고기 비계는 불포화지방이라 미식가들이 즐겨 먹는 부위고 한정된 판매만 한다./부두완 기자
30년째 말전용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표선리 고수목마 식당 김경우 대표는 "최근에는 유럽과 미국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며 다른 테이블에서 말고기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을 가르켰다.

제주시 북성로에 있는 말고기 전용 식당은 새로운 맛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간판은 말고기연구소이고, 대표인 황대진씨는 고향이 부산인데 10년전 여행왔다가 말고기에 푹빠져, 지금까지 식당을 하고 있다고 한다.

황 대표는 "말고기 맛에 빠진 건 바다에 성게가 있다면, 육지의 성게는 바로 말고기"라고 말고기 예찬론을 펼쳤다.

말고기 육회가 너무 부드러워서 김부각을 가미하여 새로운식감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점심시간 끝날 무렵엔 재료가 소진되어 돌아가는 손님이 있었다.

제주도는 10년전 김우남 당시 의원 주도로 제주도를 대한민국 제1호 말산업 특구로 지정, 선포했다.

그러나 말사육 등은 도내에 식용으로 한정되어 전국화 시대를 열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야 말고기 육성산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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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도 표선리에 문을 연 고수목마 식당. 30년간 제주 말고기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직접 말을 사육하고 손님들에게 다양한 말고기를 공급한다고 한다./부두완 기자
카자흐스탄은 말고기를 소시지처럼 크게 말아서 삶은후 썰어내 내놓는다. 손님에 대한 최고의 대접이라고 한다.

일본은 소고기 처럼 숙성시켜 입안에서 살살 녹도록 하는 맛을 만들어냈다.

제주 말고기는 전통을 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말고기 업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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