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대결서 2전2승…경제성 등 우위
세부협상 거쳐 내년 3월 최종계약 예정
업계 "원전 생태계 복원 속도" 기대
폴란드·네덜란드 등 원전 수출도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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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수원 등 팀 코리아는 체코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번 수주전에서 우리나라는 한수원이 한국전력기술·한전KPS·한전원자력연료·두산에너빌리티·대우건설 등과 '팀코리아'를 꾸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맞붙었다. 이로써 2022년 1월 입찰을 대비한 워룸 운영 시점부터 약 30개월에 걸친 기나긴 대장정이 마무리됐다.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은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4기 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우선 이번 수주에서 두코바니 2기를 확정 지었다. 두코바니 5·6호기의 사업비는 총 24조원이다. 당초 미국 웨스팅하우스까지 3파전으로 치러졌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웨스팅하우스가 중도 탈락했다. 이번에 수출하는 주기기 노형은 1000㎿ 규모인 APR1000이다.
이번 프랑스와의 경합은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맞붙은 것이다.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때처럼 이번에도 우리나라가 프랑스를 누르면서 2연승을 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프랑스가 체코와 국제 관계와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수주전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프랑스와 체코는 EU(유럽연합) 일원인 데다 유럽 내 인접국이라 사업 수행시 육료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승리의 트로피는 우리나라에 돌아왔다.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보다 경제성과 적기 시공·안전성 등에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한수원의 원전 건설 단가는 ㎾당 3571달러(2021년 기준)로 EDF(㎾당 7931달러)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수주한 UAE 바라카 원전을 일정대로 준공했지만, 프랑스는 핀란드 올킬루오토 3호기 준공을 13년 가량 지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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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일감 공급 등으로 국내 원전 생태계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고, 체코를 교두보로 폴란드·네덜란드·불가리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 시장 진출도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는 최대 3000㎿ 규모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이번 체코 원전 4기를 전부 수주했을 경우 주기기 건설을 맡는 두산에너빌리티는 8조5000억원대, 계통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은 3조6000억원대, 시운전·정비 전문인 한전KPS는 1조7000억원대를 공사비로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이번 성과가 제3·4의 원전 수출로 이어질 수 있게 원전수출 전략을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주기기 수출 뿐 아니라 원전설비 수출도 2023년까지 4조원, 2027년까지 10조원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울러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도 나선다.
산업부 관계자는 "원전업계 뿐만 아니라 체코에 진출한 우리기업들도 힘을 보탠 성과다. 1990년 수교 이후 34년간 쌓아온 한국과 체코 간의 신뢰관계와 국내 진출기업들이 구축해 온 우호적 협력 환경이 이번 선정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한-체코 수교 35주년을 맞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해 나갈 것"이라며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 체결, 과학기술·산업·에너지 공동 R&D 확대, 직항로 증편 등 인적교류 활성화, 원자력 인력양성 등 유망 협력사업들을 적극 발굴·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