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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턱 더 높아진 호주 유학생 비자…은행잔고 최소 2700만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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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4. 05. 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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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정부가 해외 유학생 비자를 엄격하게 단속하면서 유학생들이 혼란에 빠지고 대학 재정도 타격을 받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유학생들이 주도하는 기록적인 이민으로 인해 전국적으로 임대료가 치솟는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호주 정부가 비자 발급 조건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은 8일(현지시간) 호주로 유학생 비자를 신청하는 사람이 학비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은행예금 잔액 최소 기준금액이 22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대폭 인상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2022년 코로나19 제한이 해제되면서 이민자가 갑자기 유입된 것이 부동산 가격과 주택 임대 비용이 치솟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연간 25만명 수준이었던 해외 이민자가 지난해 51만명에 육박하자 호주 정부는 2025년까지 신규 이민자를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학생 비자로 호주에 체류하는 것은 앞으로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학생 비자를 받기 위해 필요한 영어 점수가 상향된 데 이어, 호주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학생이 졸업한 후에도 체류기간을 연장해 주던 제도도 폐지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체류 기간 연장을 원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비자 발급 장사를 해온 것으로 의심되는 교육기관에 대한 단속이 강화됐다. 클레어 오닐 내무부 장관은 34개 교육업체에 '진실하지 않거나 착취적인 학생 모집 관행'에 대한 경고장을 보냈다고 밝혔다.

특히 오닐 장관은 해당 사안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대 2년의 징역형과 학생모집 금지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제 교육 부문에서 사기업체는 이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앞으로 교육기관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호주 정부는 11개 대학의 비자 발급 평가 등급을 낮추고, 부정한 학생 비자 발급 위험이 크다고 알려진 대학에 지원하는 학생의 비자 신청을 매우 까다롭게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교 관계자는 역외 유학생의 거부율이 50%에 달한다면서 대학 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호주 정부의 조치는 이미 학생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외 학생 비자 신청이 거부되는 비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올해 3월까지 학생 5명 중 1명이 비자가 거부됐다. 인도 학생들에게 부여된 비자는 2022년 12월과 2023년 12월 사이에 4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부여된 네팔 비자는 53%, 파키스탄 비자는 55% 감소했다. 비자 조건이 엄격해지면서 교육기관 일부는 인도 학생의 입학 신청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호주 내 주요 대학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시드니 대학교 대변인은 '상당수' 학생들이 비자 처리 지연으로 인해 지원을 철회하고 있다고 알렸다. 멜버른 대학교 역시 많은 학생이 2024년 입학을 위한 비자를 아직 받지 못했다면서, 이들을 위해 등록 기간을 연장할 예정이다.

센트럴 퀸즐랜드 대학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더 이상 인도나 네팔 출신 학생들에게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며, 연구 배치를 제외하고는 25세 이상 또는 기혼 지원자에게 등록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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