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주민들 떠나면서 빈집 방치
정부 철거작업 등 정비사업 속도에도
재산권 침해 논란…강제이행 어려워
범죄사고 위험·환경위생문제 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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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47번지 일대. 성인 한 명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좁은 틈처럼 보이는 골목에 들어서자 허물어진 지붕 아래 부서진 나무 판자와 쓰레기 등이 어지럽게 뒤섞인 빈집이 보였다. 한쪽으로 모아놓은 쓰레기 주변에는 날파리들이 뱅글뱅글 돌고있을 뿐이었다. 천장 콘크리트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곳곳이 뜯겨 있는 것은 물론 부서진 나무 판자 사이로 보이는 내부는 싱크대, 사다리, 빨랫대 등의 폐기물만 남아있었다.
미로처럼 구성된 좁은 골목을 더 들어가면 보이는 옆집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담장 안 주택 마당에서 자라난 나무가 삐죽삐죽 올라와 있었고, 잡초는 담벼락 전체를 뒤덮을 정도로 흉물스럽게 자라나 있었다. 골목을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버려진 물건만 쌓여있을 뿐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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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의 상대원2구역도 옥인동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남 구도심 지역은 1960년대 후반 서울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됐다. 서울 철거민 이주지로 조성되면서 대지가 66㎡(20평) 안팎에 불과한 단독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분당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이 지역이 성남시 '구도심'으로 분리됐다. 40년이 다 돼가는 노후 주택은 많은데 새 주택은 모자랐다.
재개발이 진행될 이곳은 면적이 24만2045.1㎡로 기존 세대수는 6075세대에서 건립 후 6090세대로 바뀔 예정이다. 2012년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고시를 시작으로 2020년 도시 주거 환경 정비 기본 계획 수립 고시로 이어졌다. 현재 일부 철거가 시작되고 있지만, 곳곳에 자리한 빈집들은 별도의 안내판이 없어 누구나 드나들 수 있었다.
40년째 성남에서 살고 있다는 한모씨(73)는 "1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던 이 동네가 재개발을 시작한 이후 주민들이 떠나가면서, 오후 7시만 되면 무서워진다"며 "가로등이나 CCTV 등이 없어 빛이 있는 곳이나 큰길로 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행정안전부는 5월부터 정부예산 50억원을 투입해 방치된 빈집을 본격적으로 정비한다. 소유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빈집 철거 후 세액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이미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 과정에서 소유주가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불이익 등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했다. 1주택자가 인구감소 지역의 주택 1채를 새로 구입하면 재산세율을 인하해주는 등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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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이 빈집을 방치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큰 이유는 철거 후 불어나는 세금이다. 빈집이 철거되면 일정기간 이후 주택세가 아닌 토지세를 적용받게 되는데, 토지세가 상대적으로 더 높다. 주택 세율은 0.05~0.4%이고, 토지(나대지) 세율은 0.2~0.5%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인 소유 재산이다 보니 공공이 나서 함부로 빈집을 허물라고 손을 댄다는 게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장기간 방치된 빈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