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변호사 대폭 증가…'리걸테크' 시장 열려
증원되면 교육질 떨어진다?…"현실은 다를것"
법조인들은 공급 과잉으로 경쟁에 내몰려 삶이 궁핍해졌다고 푸념하지만 개혁의 결과로 법률시장의 파이는 커졌고, 벤처 창업 등 새로운 가능성도 열렸다. 무엇보다 일반 국민들은 보다 나은 법률서비스를 누리게 됐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물길이 사법개혁을 좋은 선례로 삼아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하는 이유다.
◇변호사 3만명 시대…전국 각지에서 변호사 늘어나
의료계는 의대 정원이 늘어난다고 해서 의사들의 필수과 기피 현상이 해결되거나 지방의료가 되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21일 아시아투데이가 사법개혁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전체 변호사 수의 증가와 함께 전국 각지에 상주하는 변호사도 대폭 늘어나 격차가 해소됐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개업 변호사 수는 2만 9378명으로 지난 2013년 5월(1만 3188명) 대비 2.2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전(341명→777명), 부산(467명→1133명), 광주(280명→608명), 제주(41명→144명) 등 지방 변호사 역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슷한 기간 동안 의사 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2013년(9만 710명)과 비교했을 때 2022년 11만 2321명으로 약 1.2배 증가하는 것에 그쳤다. 지방권 역시 같은 기간 대전(3246명→ 3773명), 부산(7152명→8356명), 광주(3112명→3751명), 제주(940명→1214명) 등으로 2배 이상 증가한 변호사 수와 비교하면 증가 폭이 미비했다.
전문가들은 법조계의 낙수효과가 의료계에도 틀림없이 일어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는 아무리 높은 연봉을 준다 해도 지방 근무를 꺼리는 의사가 대부분"이라며 "의사의 수를 늘리면 현재 포화 상태인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이 아닌 지방으로 향하는 의사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법률시장 절대적 규모 증가, 서비스 접근성 향상
윤석열 정부의 이번 의대 증원 조치는 의료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이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며 법률시장의 규모가 대폭 확대된 전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법무법인, 개인사무소 등 전체 법률시장 규모는 8조 1861억원으로, 10년 전인 2012년(3조 6096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법률시장 규모 확대는 법률 서비스 접근성 향상 가속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공공분야, 특수 전문 분야 등의 법률 전문가가 늘어나고,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법률서비스를 접목한 '리걸테크' 시장도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 등 새로운 도전에 대해 여전히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변호사 수 증가는 누구나 편리하게 법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으로 사회적 변화에 따라 온라인 등 이용 접점이 확대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변호사 입장에서도 경쟁자가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적극 이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사법접근성이 더욱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의료 서비스 하락? "경쟁으로 선순환 효과날 것"
'의학교육 및 의료 서비스의 질적 하락' 역시 의료계가 주장하는 증원 반대의 주요 근거다. 다만 로스쿨로 변호사가 늘어난 사례를 살펴보면, 의료계의 이 같은 주장은 실제와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법조계에선 정원이 늘어나면 오히려 경쟁을 통해 양질의 서비스 공급이 가능해진다고 내다봤다.
김명기 로스쿨협의회 사무총장은 "공급이 많아지면 그 가운데 전문적인 분야를 찾아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며 "변호사의 경우 옛날에는 가만히 있어도 의뢰인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변호사들이 법률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어 소비자인 국민의 수임료 부담이 떨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경쟁이 치열해지면 (의사) 본인들은 힘들어지겠지만,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좋아진다"며 "유능한 사람을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