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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국민명령上] 사법개혁 역사에서 찾은 성공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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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임수 기자

승인 : 2024. 03. 20. 18:00

尹 "의료개혁은 국민의 명령" 선언
YS·盧정부 사법개혁 과정과 닮은꼴
"의대 증원 개혁 시작, 文때도 추진"
'속도론' 주문에 "역사에 재평가될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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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20일 정부가 증원된 의대 정원 2000명의 대학별 배분을 확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의료개혁 정책은 "국민을 위한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고 선언했다. 이번 결정으로 의료계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사태를 한발짝 떨어져 지켜본 법조계는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마치 지난 정권의 사법개혁의 과정과 닮았다며 단호한 실행으로 개혁의 흐름을 늦춰선 안 된다고 주문한다.

"이제 우리 사법시험제도와 법학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1995년 2월 24일, 김영상 대통령의 사법개혁 움직임은 전격적이고 단호했다. 당시 한 해 사법고시 합격자는 200명 수준으로 일반 국민들에게 변호사 만나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고, '전관예우'도 극에 달했다.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는 법조계 인력 증원이 급선무였다.

당시 기득권을 움켜쥐고 있던 판·검사와 변호사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법조계 출신 여당 국회의원들도 대통령에게 '속도조절론'을 주문하며 반기를 들었다. 김 대통령은 당장의 저항에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박세일 청와대 정책기획 수석 등에게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사법시험 합격자는 매년 1000명으로 대폭 늘어 낙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변호사 수임료가 대폭 낮아져 국민들이 헌법에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누리기 시작했고, 기업들도 사내 변호사를 정식 채용하기 시작했다. 사법개혁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어져 2007년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로스쿨법)'이 만들어진 뒤 2009년 전국에 있는 25개 로스쿨이 동시에 문을 열었다.
수도권의 한 로스쿨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변호사 수를 늘리는 것도 저항 속에서 이뤄졌다. 당시 법조인들의 논리가 '변호사 많이 뽑으면 질이 떨어진다' '수임료 경쟁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등 지금의 의료계와 똑같은 방어논리였다"며 "변호사 수를 늘린 것은 개혁의 시작, 로스쿨 제도를 도입한 것은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의대 증원은 패러다임 변화 위한 선결 과제
완수한 사법개혁과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 의료개혁에 있어 의대 증원 역시 나머지 개혁을 위한 첫 단추를 꿴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의료개혁의 주안점은 의대 증원에만 있지 않다. 오히려 다른 개혁안을 수행하기 위한 우선 과제에 가깝다.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자해 필수의료 수가를 집중 인상하고, 지역의료 강화를 위해 국립대병원 및 지역의 민간·공공병원을 집중 육성하고 '상급종합병원-중소병원-의원' 역할도 정립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인이 현장에서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소송 부담 완화 등 안정적 환경 조성과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축소를 통한 수련환경 개선과 병원의 전문의 중심 운영 전환을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이번 의료개혁안 마련에 관여해온 정부의 한 간부는 "지금 전공의들이 소위 빅5 대학병원에서 열심히 젊음을 갈아 넣어 병원이 운영되고, 나중에 이를 한꺼번에 보상받으려고 하는데 그 이익이 줄어드니 반발하는 것"이라며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전혀 건강하지 않다.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지만 그동안 노벨의학상 수상자 한 명 배출하지 못했다. 의사들이 비보험 진료, 미용과로 내몰리는 상황을 바로잡고 새로운 상상과 융합이 일어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이번 의료개혁의 구상"이라고 전했다.

◇역대 정부서 시도하다 무산…"이번엔 꺾이지 않아야"
사법개혁을 통해 전관예우를 타파하고 국민들에게 폭넓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론의 여지가 없었듯이 이번 의료개혁 역시 국민들 대다수가 찬성함은 물론 정치권도 한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도 국민 1인당 의사 수가 부족, 필수과 기피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공의대 설립 및 연평균 400명 증원 방안을 내놨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점진적으로 숫자를 늘려야 한다거나 유예 기간을 두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총선을 앞두고 있어 예민한 때이고 대통령 지지율도 오르내리며 중도층이 흔들리고 있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국민들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확신을 가져야 한다"며 "좌우 정파를 떠나 국민들은 의대 증원에 대해 실제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 훗날 역사에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도 "정부가 의료계 반발을 받아들여 정책을 후퇴시키게 된다면 사실상 과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라며 "의료 분야의 진전은 결국 있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밀고 가야 된다"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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