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재정신청 절차 진행···“끝난 사건 아닌데, 조정 근거 부적절”
정부와 사전 교감 논란도··성과급, 희망퇴직 활용
기재부 “절차대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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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재부가 등급 상향 이유로 삼은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 불기소 처분에 유족들이 재정신청을 진행 중이어서 근거 하자 문제도 제기됐다.
21일 아시아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이었던 한전을 C로 상향 조정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해당 년도 경영평가 대상 196개 공공기관 중 등급이 바뀐 곳은 한전이 유일하다.
기재부는 한전이 이의제기한 하청노동자 사망사고 검찰 불기소 처분을 근거로 공운위가 등급을 바꿨다는 입장이다. 앞서 경찰은 2021년 여주에서 전선연결 작업 중 홀로 투입돼 고압 전류에 숨진 하청 노동자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한전 직원들을 불구속 송치했고 이를 지난해 10월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다.
하지만 유족 측은 검찰 처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재항고 이후 법원에 재정신청 했다. 유족 측 변호인 류하경 변호사는 "이 사건은 법원에 재정신청 했기에 끝나지 않은 사건"이라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한전은 이 사건 공사를 총괄 관리하기에 도급인 책임이 면제되는 건설공사 발주자가 아니므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다치거나 사망 시 처벌 받는다"고 말했다.
재정신청은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해 검사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법원에 의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류 변호사는 "재정신청에 따라 진행 중인 사건이다. 검찰 불기소만을 근거로 공운위가 한전 경평 등급을 상향했다는 것은 이 사건이 끝났다는 의미인데 이는 법적으로 맞지 않다"며 "재정신청 기각 시 재소송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전 관계자들이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 전 정부 고위 관료들을 만나 성과급의 희망퇴직 활용, 기존 혁신안 이행에 대해 설명했다는 증언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전 내부 인사는 "한전 노사가 개별적으로 여주 사망사고 검찰 불기소에 따라 공운위 개최 전 등급 상향을 위해 성과급의 희망퇴직 사용, 창립기념일 유급휴일 폐지 등을 기재부 등 정부 관료들에게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희망퇴직 재원 부족으로 고민하는 상황이었으며, 정부는 한전 등 재무 위험 공공기관에 재정건전화 조치를 요구해왔다. 특히 정부의 요금 통제로 적자에 빠진 한전은 자회사에 중간배당까지 요구할 만큼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에 기재부 관계자는 "유족 측 재항고 등은 알지 못했다. 공운위 개최 전 한전 측이 성과급의 희망퇴직 사용 등에 대해 설명했지만 등급 조정과 별개의 일이고 절차대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전 측 관계자는 "공운위 전 한전이 정부 관계자와 만난 일은 없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족 재정신청이 진행 중인 사망사건을 근거로 등급 상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