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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전환 뒤처진 한국, ‘전력거래소 독립성 확보’ 선결 제기

재생에너지 전환 뒤처진 한국, ‘전력거래소 독립성 확보’ 선결 제기

기사승인 2023. 11. 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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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한전 등 화력발전업계, 전력거래소 좌지우지
한전·자회사, 거래소 이사회·하위 위원회 의사결정 개입
회원사 96% 재생에너지 사업자 배제
“이사회 독립성 보장 등 전력시장 운영규칙 개정해야”
태양광 발전이 설치된 건물  사진=연합
태양광 발전이 설치된 건물 /사진=연합
에너지 전환에 뒤처진 한국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력거래소가 화력발전 자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기업과 정부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일 기후솔루션은 '전력거래소 거버넌스 현안과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신에너지를 제외한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7.15%에 불과하다. 2021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1.06%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공급망 위기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전 세계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 증대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5%에 달하는 한국도 재생에너지 증대에 집중해야 하지만 화력발전 퇴출 및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더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전력시장 거버넌스 문제를 제기했다. 전력거래소가 독립적 계통운영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력거래소는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석탄화력 용량요금을 증가시키는 규칙 개정안 의결하기도 했다.

2022년 5월 정부는 전력거래소 규칙개정위원회를 통해 연료전환성과계수(FSF) 구성에서 환경 기여도 삭제 개정을 강행했다. 해당 개정안으로 환경기여도가 비교적 높게 산정됐던 LNG, 원자력, 양수·수력발전 등 용량요금은 1900억원 가량 줄고, 반대로 환경기여도가 낮게 산정됐던 석탄화력 용량요금은 19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규칙개정위원회가 이 사안에서 이례적으로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고 참석위원 9명 중 6명이 찬성해 의결됐다. 발전업계는 사업자들 의견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기후솔루션은 "현재 전력시장 참여자는 정부와 전력거래소의 일방적 의사결정에 따라야 하는 실정"이라며 "이는 거버넌스구조 상 전력거래소가 정부 뜻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고, 전력시장 참여자도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등 소수 대규모 사업자만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력시장과 계통운영을 담당하는 전력거래소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력거래소 이사회 독립성 보장, 비용평가위원회 등 하위 위원회 구성 변경,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 변경 필요성이 제기됐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현재 전력거래소 이사회와 하위 위원회는 화력발전 의존도가 높은 한국전력과 자회사들이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전체 회원사 96%를 차지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에도 공식적으로 참여못하고 있다.

이사회와 하위 위원회 구성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정부가 실질적 결정 권한을 갖고 있어 임추위가 독립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력거래소 이사회에 선임된 회원대표 비상임이사 3인 모두 한국전력과 발전자회사 임원이다. 이는 회원대표 비상임이사에 대한 선임 절차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전력거래소 정관 제36조 제3항은 '출자금 납부 경과조치에 따라 출자한 회원사 임원급 이상으로 재직하는 자 중 출자금 납부 비중이 높은 회원사 임원급 이상으로 재직하는 자가 우선 회원대표 비상임이사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력시장이 개방돼 다양한 발전사업자들이 경쟁하고 있지만 한전과 발전자회사를 제외한 사업자는 전력거래소 이사회에 비상임이사로 참여할 기회가 없다.

곽영주 태양광발전사업협회장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전력거래소 회원사 90% 이상을 차지하지만 전력시장 규칙을 만들거나 가격을 결정하는데 참여를 못하고 아무런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가 구조적으로 확대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시장 운영 구체 사항을 결정하는 전력거래소 하위위원회 구성도 불공정하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현재 비용평가위원회 및 규칙개정위원회 회원대표로 활동하는 위원 5명 중 4명이 한전 및 발전자회사 임직원이다. 계통평가위원회에는 우리나라 송배전 사업을 독점하는 한전 계통계획처장과 배전계획처장이 당연직으로 포함돼 있다. 한국중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도 순환직으로 포함돼 있다.

비용평가위원회가 유연성 자원에 대한 평가체계를 투명히 공개하지 않는 문제도 제기됐다. 유연성 자원이란 전력수급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제어할수 있도록 전력공급 및 수요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 장치 등을 말한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안정적 전력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연성 자원 확대가 필수적이다.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려면 전력시장에서 갖는 가치를 인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연성 자원이 제공하는 가치를 어떠한 기준으로 평가했고, 어떤 논의 과정을 거쳐 최종 산식을 도출했는지 공개돼 있지 않다. 유연성 자원 가치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해외 사례와 달리 한국은 소수 위원들이 비공개 논의로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의 주요 계통운영기구인 PJM은 회원사, 즉 전력시장 참여사에 임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이사회에 임명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계통운영자인 NYISO도 발전사업자, 송배전 사업자 등 전력시장 참여자 또는 그 계열사에 임직원으로 근무중인 사람은 이사회에 임명할 수 없도록 했다. 전력시장 참여자로부터 대가를 받고 연구 용역을 수행하는 민간 전문가도 PJM과 NYISO 이사로 활동할 수 없다.

기후솔루션은 "전력시장 참여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전력거래소 이사회 임원으로 임명되지 못하도록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해야 한다"며 "전력시장 각종 규정을 논의하는 하위 위원회 인원 구성을 다각화하고 각종 정보와 논의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고 요구했다.

임추위 구성 및 심사·임명 개선 방식에 대해서는 "임추위는 임원 후보 모집과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심사를 위한 위원회 인원 구성도 다각화해야 한다"며 "외국과 같이 후보 모집 과정에 제3자 기관을 의무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력시장 운영규칙 등 제기된 전력거래소 독립성 제고 추진 움직임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며 "제기된 방안들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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