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가계의 월평균 흑자액은 114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8%(18만3000원) 줄었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흑자액은 소득에서 비(非)이자지출을 차감한 처분가능소득에 소비지출까지 뺀 금액으로, 가계가 번 돈에서 세금·연금 보험료·이자 등을 내고 식료품 등을 산 뒤에 남은 여윳돈을 말한다. 가계 흑자액은 작년 3분기부터 4개 분기째 감소하고 있다. 감소 폭은 작년 4분기 -2.3%에서 올해 1분기 -12.1% 등으로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엔 이자 비용 급증이 꼽힌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의 이자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7.1%에서 3분기 19.9%, 4분기 28.9% 등으로 올라섰다. 올해 1분기에는 42.8%로 1인 가구를 포함해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는 42.4% 늘었다.
이자 비용 급증에 지난 2분기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을 뺀 처분가능소득도 월평균 38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1만2000원) 줄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역대 최대 폭의 감소율이다.
누적된 고물가도 소비 여력을 줄이는 주요 원인이다. 2분기 가계의 소비 지출은 월평균 269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만1000원) 늘었다. 그러나 물가를 고려한 실질 소비 지출은 0.5% 줄었다. 실제 소비는 줄었지만,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출한 돈은 더 늘어난 셈이다. 살림의 원천이 되는 소득은 지난 2분기 월평균 479만3000원으로 0.8%(3만8000원) 감소했다.
카드결제액을 못 내 일부 이월하는 카드사의 리볼빙 서비스 잔액도 늘고 있다. 지난 4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 8개 전업카드사(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의 리볼빙 잔액은 7조3782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6조8110억원)보다 8%(5672억원)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