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 126억원에 불과
매출액 24.5%↓ 682억원···영업이익 43억원 적자
금양 주가 8월 초 대비 16.5%↓, 현 주가 13만2900원
하지만 금양의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면,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없지 않다. 투자금으로 지출해야할 자금은 부족할뿐더러 당장 빚을 갚아야 할 현금마저 없다. 최근 실적도 적자로 전환, 현금창출력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양을 투자하기에 앞서 이차 전지 사업 확대 가능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달 29일 '동부산 이파크(E-PARK)' 산업단지 이차전지 공장에 원통형 배터리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61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금양은 지난 2021년 처음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이차전지 사업 확대를 위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선 것은 올해 초부터다. 금양은 올 1월 부산시와 기장대우일반산업단지 내 이차전지 생산시설 건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생산기지 건립과 토지 취득을 위해 시행사와 용지매매계약을 맺는 등 대규모 생산체제 구축을 추진해 왔다. 5월에는 몽골 광산개발 회사인 몽라(MONLAA)에 대한 지분인수와 리튬광산 개발을 위해 MOU를 맺었고, 7월에는 양극재 개발업체인 에스엠랩에 1050억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금양이 투자 속도를 높인 것은 올해 이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일제히 반등하고, 해당 산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2만3450원으로 시작한 금양의 주가는 현재 13만2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466.7% 오른 수준이다.
금양은 이차전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해 관련 사업을 적극 확대해 나갔지만, 내부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아한 부분들이 있다.
금양이 동부산 이파크 산업단지에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 위해 61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지만, 정작 현금은 없는 상황이다. 금양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올 상반기 개별 기준으로 126억원에 불과하다. 지출해야할 투자금을 자기자본(1219억3600만원)과 비교했을 때도 500.26% 수준이다. 가지고 있는 현금도 없는데, 1년 이내에 상환해야할 단기차입금은 470억원에 달한다. 기업의 단기채무지급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인 유동비율도 2년 전부터 꾸준히 줄어 70% 수준이다.
그렇다고 금양이 주목할 만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양의 올 상반기 개별 기준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4.5% 감소한 682억원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하면서 각각 43억원, 65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진 주가 상승으로 자사주를 매도해 1807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보유자사주 주가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자사주를 통한 투자자금 마련은 한계가 있다.
결국 부채를 끌어 쓰거나, 자사주 처분,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금양의 부채율은 153.3%로 비교적 양호하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8.7%로 높은 수준이다. 통상 시장에선 차입금의존도 30% 이하를 안정적으로 평가한다. 더군다나 고금리 영향으로 최근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 규모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자사주를 처분해 현금을 마련할 수도 있지만, 금양의 주가가 고평가 논란에 휩싸여 있어 하락할 가능성이 있고 무엇보다 현재 금양은 자기주식을 12만4626주 밖에 가지고 있지 않다. 이미 금양의 주가는 6일 기준으로 지난달 초 대비 16.5% 감소했으며, 남아 있는 자사주와 현재 주가(13만2900원)를 계산해보면, 166억원에 불과하다. 동부산 이파크 산업단지 투자금은 물론이고, 당장 이달 27일 에스엠랩 인수 자금으로 납입해야할 850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유상증자의 경우도 쉽지 않다. 특히 공모(주주배정) 형태의 경우 주가희석 가능성 등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소액주주의 반발이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금양에 대한 투자까지 경계하는 분위기다. 그들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을 실현 가능하게 할 자금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특정 주주들이나 이차전지를 선호하시는 분들이 무턱대고 투자를 유도하고 홍보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현 상황은 불안한 측면이 있다"라며 "만약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됐을 경우, 투자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양은 투자자금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조달 방안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아무런 준비 없이 사업을 하진 않는다"라며 "필요한 자금들을 다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위반사항이기 때문에 알려드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