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대학 위기 초비상
18년 만에 국내 유학생 수 10배 증가…"취업·정착 제도화 시급"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위기가 가속화되면서 해외 유학생 유치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지역소멸 위기로 치닫는 지방자치단체와 비수도권 대학은 '학령인구 절벽' 문턱에 다다르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5일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해외 유학생 수는 크게 늘어났다. 2004년 1만6832명이었던 해외 유학생은 2012년 8만6878명, 2022년 16만6892명으로 급증했다. 18년 만에 10배나 늘어난 셈이다.
국내대학 외국인 유학생 수와 유학생 비율 및 국제유학시장 내 한국 점유율 역시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에서는 조선업과 중소제조업 등 외국 인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기업이 인력공급에 애로를 호소하자 유학생들의 이후 진로·취업 확대 등 자구책을 모색해왔다.
이에 교육부는 이같은 수요를 고려해 새로운 유학생 유치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스터디 코리아 3.0'(가칭)을 확정해 내달 중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는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방안 중 하나인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라이즈.RISE) 등과 연계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내 외국인력 수요분야의 유학생 전담학과 운영, 지역특화형 비자 등을 통한 유학자원의 정주형 전략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학의 위기는 15년째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도 비상이다. 한 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선진국들 대학이 살아남는 이유 중 하나가 외국인 유학생 유치"라며 "대학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을 국제화해 외국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받아야 한다. 한류 영향도 있고, 제조업 등은 취업이 잘 돼서 개발도상국인 동남아, 중동, 남미 등에서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에서 이들 유학생들이 한국으로 올 수 있도록 비자 문제나 정주여건 등을 개선해줘야 한다"며 "그래야 대학도 산업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령인구 절벽'이 가시화되고 있는 비수도권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수도권에 편중돼 그야말로 당면 과제다. 실제 서울 내 주요 대학들은 수천명의 외국인 유학생들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양대가 6999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희대 6912명 △성균관대 6676명 △연세대 5926명 △고려대 4739명 순이었다. 국립대의 경우 서울대가 2600명 수준이며, 대부분의 국립대도 1500여명 안팎의 유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이에 한 비수도권 사립대 총장은 "현재도 외국 유학생이 수도권 대학으로 편중돼 있는데, 지역 인구위기가 지역 대학의 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특히 지역별로 특화된 산업에서 구인도 시급한데 한국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과 잘 매칭되도록 대학도 지자체, 정부도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비수도권 국립대 총장도 "정부가 라이즈 사업과 글로컬 대학 육성으로 지역별 특화 대학을 키우겠다는 비전이 있는 만큼 관심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학생 30% 이상 한국 유학 후 취업 희망…"취업정보·정주여건 정책화 필요"
실제 전북대가 지난 2021년 외국인 유학생 555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졸업 후 국내 취업을 원한다'고 답한 유학생이 3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생은 32.4%, 대학원생 34.8%였다. 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구인 시 기업의 어려움으로는 유학생에 대한 정보 부족(43%)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 역시 취업가능업종 탐색 기회를 제공하고 졸업 후 구직기회 확대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현재 우수 유학생의 적극적인 구직 활동을 위해 △유학생의 주중 시간제 취업 허용시간 확대(최대 25시간→30시간) △유학생 구직비자(D-10) 갱신주기 연장(6개월 1년) 등을 법무부와 검토하고 있다.
또 국내 구인난이 심각한 분야를 포함해 유학생 취업가능업종을 확대하는 등 지역 산업과 연계한 유학생 취업 성공사례를 수집해 확산할 계획이다. 나아가 아시아, 유럽 등 주요 협력국의 고등교육기관 간 교류·협력 확대를 지원하고 대학이 유학생의 학업·진로 등 지원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인증제 개편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교육부는 새로운 유학생 유치 정책 발표를 위해 지난 4월 5차례에 걸쳐 권역별로 대학, 지자체 등 현장의 의견을 청취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라이즈 체계가 지자체와 지역 대학이 함께 지역을 위한 특성화, 산학협력을 해서 지역 인재들이 정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이라며 "때문에 외국인 유학생 유치도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동남아나 중동 등 우수한 학생들이 한국에 와서 공부하고 실력을 키우면 한국 기업에 충분히 취업할 수 있다고 본다"며 "이들이 지역에 안착하고 정주할 수 있도록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 권역별로 지자체와 대학별 간담회를 진행해 의견 수렴을 했다"며 "최종적인 계획을 정리해서 7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