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상승 더 올라갈 전망…대학들 등록금 인상 가능성 커질 듯
"대학 재정위기 심각 반증,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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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민간 대학 분야 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가 2023학년도 국·공·사립 4년제 대학 193개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록을 조사한 결과, 전체 44.6%인 86개교가 등록금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되고 고물가 현상까지 지속되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러시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부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17개교(8.8%)였다. 이 가운데 8개 대학은 국립대로 모두 교육대다. 나머지 9개 대학은 동아대 등 사립대였다.
학부 등록금은 동결하되 대학원생이나 외국인 유학생 등의 등록금을 올린 대학은 69개교(35.8%)로 전체 3곳 중 1곳을 넘었다. 이는 민심의 영향이 큰 학부 등록금보다 정원이 적은 대학원 등록금으로 우회해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학부는 정원이 많고 갓 성인이 된 학생들이 대부분이라 등록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에서 민심의 영향이 크다. 반면 대학원은 정원은 적지만 직장인 학생이 많고 외국인 유학생 역시 자국에서 장학금 등을 지원 받는 경우가 많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들은 올해 고물가가 지속된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을 올린 대학들은 국고로 마련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대신 현행법상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2020~2022년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7%로,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은 그 1.5배인 4.05% 이하 수준이다.
부산 동아대의 경우에는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지난 1학기 등록금을 4% 선에서 올리기도 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정책 기조에 동참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지만 인상 대학에 대한 추가 제재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 지난해 물가상승률 5.1%, 전년 대비 2배 올라…"재정위기 심화, 실효성 있는 대책 시급"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 물가상승률이 더 높아져 내년도 등록금 인상률 상한도 올라간다는 점이다. 2021년은 2.5%였지만,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5.1%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5%(기획재정부 경제정책방향 기준)으로 내년도 인상률 상한은 5.54%로 예상된다. 이에 대학들은 국가장학금Ⅱ유형에서 제외되는 것보다 등록금 인상을 하는 편이 이익이라고 판단이 되면 등록금을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가장학금Ⅱ유형 규모는 지난해와 같은 3800억원이다. 이 유형을 지원 받는 260여곳의 대학은 규모에 따라 많게는 30억원 이상, 적게는 2억원 안팎을 지원받는다.
앞서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한 대학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4년제 대학 10곳 중 4곳(39.5%)이 '등록금 인상 검토'에 대해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와 15년간의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고물가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고 있어 대학 재정위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대학총장들 역시 '대학 생존전략 방안'에 대해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 요구가 27.5%로 가장 많이 차지하기도 했었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절반에 가까운 대학이 등록금을 인상했다는 것은 대학 재정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대학 재정 위기에 대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