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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니지는 어떻게 대만의 국민게임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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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승인 : 2023. 04. 03. 16:27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첫 작품 리니지는 1998년 출시된 국내 최초의 인터넷 기반 온라인 게임이다. PC 통신과 MUD게임(Multi User Dungeon, 텍스트를 활용한 채팅 게임)이 주류를 이루던 당시 대규모 인원이 모여 혈맹 단위의 공성전을 구현한 리니지는 혁신적 게임으로 평가받으며 출시 직후부터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IP로 성장했다.

엔씨는 국내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리니지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현재 아시아권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대표적인 국가는 대만이다. 2000년부터 대만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는 국내 이상의 인기를 누리며 현재까지도 대만의 ‘국민게임’으로 평가받는다.

◆ 대만 게임역사와 함께 성장한 리니지...현지 언론 "리니지가 대만에 불을 질렀다"
리니지 대만 서비스는 2000년 7월 1일 현지 게임사 '감마니아'와의 협업을 통해 시작됐다. 리니지는 서비스 시작 12일만에 동시접속자수 1만명을 기록하며 대만 최고의 온라인게임으로 떠올랐다. 동접자 1만명은 국내에서도 14개월만에 이룬 성과임을 감안하면 매우 빠른 기록이다.

리니지의 대만 서비스 명은 '천당(天堂)'으로, 출시 당시 현지 언론에서 “천당이 대만에 불을 질렀다”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현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게임명이 자주 언급되며 대중문화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였다.

엔씨는 리니지 IP의 인기에 힘입어 2003년 리니지2(현지 게임명 '天堂Ⅱ')를 대만에 출시했다. CBT를 거쳐 2004년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리니지2는 3개월 만에 동시접속자 수 7만명을 돌파했다. 대만 게임포털에서 리니지, 리니지2가 인기 1, 2위를 장시간 차지하며 명실상부 ‘국민게임’의 자리에 올랐다.

대만에서 리니지의 인기를 설명하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과도하게 많은 이용자가 몰리며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대만의 국가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사건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감마니아에서는 대만 게임업계 최초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했고, ‘알버트 류’ 감마니아 CEO는 “리니지 덕분에 대만의 초고속 인터넷이 깔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대만에 확고히 자리잡은 리니지 IP는 현재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엔씨는 2017년 리니지M을 시작으로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대만에 함께 출시했고, 세 게임은 여전히 대만 앱마켓 최상위권을 지키는 중이다. 특히 글로벌 이용자가 같은 서버에서 만날 수 있는 리니지W는 출시 직후부터 대만 구글플레이 1위에 꾸준히 머무르고 있다.

◆ 국민 60%가 게이머...게임에 진심인 나라 대만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8년 대만의 게이머 인구는 총 인구의 60%가 넘는 1450만 명이다. 약 2400만으로 국내 대비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대다수가 게임을 즐기는 '게임에 진심인 나라'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2 게임백서’에 따르면 대만은 2021년 기준 게임 시장 규모 29억 7천만 달러(약 3조 9000억)로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2018년 15위에서 빠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어, 글로벌 진출을 원하는 게임사들에게는 주요 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모바일 게임의 매출 규모로 한정 지었을 경우 세계 6위로 더욱 강세다.

특히 대만은 게임에 대한 심의와 규제 수준이 낮은 편으로, 해외 게임사의 진출이 용이하다. 세계 10위 규모의 게임 시장 자체도 매력적이지만, 중화권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까지 하며 아시아 게임 시장 진출에 있어 중요한 위상을 가지고 있다.

엔씨도 대만에서 리니지 IP를 활용한 지속적인 성과를 통해 아시아권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2022년 엔씨의 아시아 지역 매출은 2021년 대비 40% 성장한 6252억 원을 기록했다.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은 전체 매출의 37%인 9472억 원으로 역대 최대의 성과를 거뒀다.

◆ 리니지는 어떻게 대만의 국민게임이 되었나

대만 시장에 리니지가 뿌리내릴 수 있었던 요인은 다양하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게임 산업이 발전하기 이전인 2000년, 대규모 인원이 모여 즐길 수 있는 MMORPG의 출현은 대만에서도 혁신에 가까웠다.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꾼 리니지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온라인 게임의 대중화가 일어났고, 국내와 유사하게 PC방 등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리니지가 자리잡았다.

문화적으로도 대만 게이머는 국내 게이머와 유사한 성향을 보인다. 집단 내 개인의 역할이 강조되는 MMORPG 장르의 인기가 많고, PvP 등 경쟁을 기반으로 한 게임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모든 조건에 리니지가 부합했다.

현지화에 힘쓴 엔씨의 전략도 주효했다. 대만은 게임 커뮤니티가 활발해 주기적인 업데이트와 소통이 필수적이고, 중국에 대한 반감이 있어 번체자 번역 등 현지화 작업이 중요하다. 엔씨는 대만 진출 초기 현지 퍼블리셔인 감마니아와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 전략 수립과 기술 지원 등 현지화에 힘썼고, 2003년에는 대만 법인 '엔씨 타이완(NC Taiwan)'을 설립해 퍼블리싱 역량을 강화했다.

가장 최근에 대만에 출시한 리니지W의 경우 글로벌 12개국에 동시 출시하며 대만 지역도 엔씨가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한 국가의 산업을 대표하는 IP를 보유하고 있다는 건 시장 진출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요소다. 여러 측면에서 대만은 엔씨에게 중요한 시장으로, 리니지 IP를 확장하고 다양한 신작을 선보여 제2의 ‘대만 국민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김휘권 게임담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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