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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융합의 시대...OTT와 손잡는 지상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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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기자 | 이다혜 기자

승인 : 2023. 03. 26. 10:22

지상파가 OTT와 손을 손을 잡고 콘텐츠 제작에 힘써
제작비 지원, 커진 영향력 등은 긍정적인 작용
선정성이나 수위, IP 주도권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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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100'(왼쪽)과 '나는 신이다'는 MBC가 제작하고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제공=넷플릭스
지상파 방송사들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손을 잡으면서 콘텐츠 업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의 날개를 날다
지상파가 콘텐츠 제작 플랫폼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MBC다. 자체적으로 디지털콘텐츠를 총괄하는 D.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를 조직해 예능 제작에 힘 써왔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최고의 화제작이 된 '피지컬100',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는 모두 MBC 제작진의 작품이다. '피지컬100'은 MBC 대표 시사 프로그램 'PD수첩'을 연출한 장호기PD, '나는 신이다'는 'PD수첩'을 만든 조성현PD가 연출을 했다. 티빙 '만찢남' 역시 MBC 예능 스튜디오 M드로메다 소속 황재석 PD가 제작했다.

이처럼 지상파 PD들의 OTT 진출은 양측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상파는 OTT 플랫폼의 영향력으로 더 큰 파급력을 얻는가 동시에 글로벌 OTT들의 제작비 지원으로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또 미디어의 환경이 달라지며 지상파의 광고(PPL) 수익이 줄어들어 제작 지원비에 고충을 겪고 있는 만큼 OTT를 통해 받은 제작비는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지상파보다 수위나 선정성에 있어 자유로운 부분,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실제 웨이브 '국가수사본부'로 OTT 작품에 처음 도전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전 연출자 배정훈 PD는 최근 인터뷰에서 "제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제작 기간과 비용, 제작 자율성이다. OTT였기에 긴 시간, 다양한 지역에서 형사들과 함께 하면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제작자 입장에선 좋은 제작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들은 시사 교양이나 오랫동안 프로그램을 만들어온 것에 대한 노하우들이 있다. 공영적인 위치에 있어서 꾸준히 해야 하는 콘텐츠가 있고 아카이브도 많다. 그런 것들이 OTT, 다양한 플랫폼들과 만났을 때 대중들이 다양하게 접근하고, 무언가를 풀어나갈 수 있는 장점"이라며 "지상파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시청자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소재나 표현 수위 제한이 OTT에서는 좀 더 자유롭다. 노하우를 확장시켜 자사 안에서 머물지 않고 가능성을 넓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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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기 PD(왼쪽부터), 조성현 PD, 배정훈 PD /제공=넷플릭스, 웨이브
◆수위·선정성에 대한 기준 필요…IP 주도권 경쟁도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OTT 안에서 수위나 선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도 중요한 문제다. 또 IP(지식재산권)의 주도권에 대한 우려도 많다.

실제 넷플릭스 '나는 신이다'는 여성의 나체나 구체적인 성폭력 묘사 등이 그대로 나왔기에 논란이 인 바 있다. 조PD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다양한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서 종교 문제를 다뤘지만, 범죄는 계속 반복됐다. 또 사이비 종교에서는 모자이크 처리가 되면 '사실이 아니다' '조작이다' 라는 식으로 빠져나간다. 그래서 명백하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아직도 사이비 종교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끔찍하고 추악한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수위를 높인 이유를 전했다.

배정훈PD 역시 "OTT는 지상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헐거운 규제를 가진 건 맞다. '국가수사본부'는 어느 정도의 수위가 사건의 참혹함을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고, 그래서 사건 현장의 혈흔을 검게 처리한다거나 하는 방식을 따랐다. 그러나 OTT의 시사 교양 제작이 걸음마 단계이니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다른 경우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지상파 PD들이 가진 노하우가 선정성 자극으로 흘러가는 게 어떤 면에선 억압된 부분들이 터져나가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의 효용가치가 나올 것인가, 제작진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분명 필요하다"고 전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도 "관록 있는 제작진들이 이제부터는 어떻게 고발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사실 '나는 신이다'에서 (선정적인)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거나 재현의 방식의 문제점 등이 존재하는데 이러한 내용이 어떻게 쓰이고 소비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분명 필요하다. 종교 문제는 여러 번 다뤄왔던 시사교양의 소재인데, 앞으로 시청자들이 고자극 콘텐츠를 기대하게 된다는 면에선 우려가 없을 수 없다. 그간 매체가 가진 재현의 윤리가 OTT와의 협업으로 다시 셋팅되는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우려로는 IP 주도권을 글로벌 OTT에게 빼앗길 경우 K콘텐츠가 OTT의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실제 '피지컬:100'은 결증전 조작 논란에 휩싸여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당시 현장에는 연출은 맡은 장호기PD, 김영기 책임PD가 참석했을 뿐 IP를 소유하고 있는 넷플릭스 측은 논란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기자회견 장소 역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MBC 사옥이었다. 장PD는 "MBC가 콘텐츠를 맡고 넷플릭스로 송출하는 방식이다. 콘텐츠에서 맡은 플랫폼에서 홍보를 한다고 하더라. 우리는 (논란과 관련한) 원본을 보여줘야 하고, 보안을 유지할 수 있는 제작진의 편의를 생각하다 보니 MBC로 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해 IP 소유권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평론가는 "IP 이슈는 모든 K콘텐츠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다. 초창기엔 어느 정도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이후에 IP 이슈들이 좀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가수사본부
'국가수사본부' 포스터 /제공=웨이브
김영진 기자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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